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

며칠 전 영동고속도로 봉평 구간에서 고속버스가 앞선 승합차를 추돌해 4명이 사망,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버스기사는 사고 직후 졸음운전을 인정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년 7월 같은 곳에서 일어난 같은 사고를 기억할 것이다. 졸음 운전을 한 버스기사가 앞차를 추돌해 휴가를 마치고 귀경하던 여성 네 명이 사망한 사고였다.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버스, 화물차 기사들의 졸음운전은 꾸준히 문제되고 있다. 장시간, 야간 운전이 흔하며 대형차량으로 인명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버스 사고는 수십 명의 승객들을 위협에 빠뜨린다. 작년 영동고속도로 사고 직후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장기간 운전을 법으로 막아야 한다고 의견을 내며 시내버스, 시외버스 등은 월 약 260시간, 고속버스는 월 약 212시간 운행한다고 밝혔다. 월 22일 근로라면 하루 평균 12시간, 10시간 운전한다는 뜻이다. 실제로는 하루 18시간을 운전하기도 하며 하루 18시간을 3~4일 연이어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2015년 연간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CED에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OECD 평균에 비해서는 약 350시간이 더 많아 두 달 정도 더 일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하루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노사가 합의하면 1주 12시간을 연장 근로할 수 있고, 휴게시간도 정해져 있어 하루 8시간을 근로한다면 근로시간 도중에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주어야 한다.

주당 52시간을 근로하면 연간 근로시간은 2,704시간이다. 연간 3,000시간을 근로하는 사람들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노동부는 1주일을 5일(월~금)로 해석하고 있어 휴일에 근무하는 것은 이 제한에 포함되지 않아 휴일 근로로 16시간을 더 일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근로할 수 있는 시간은 주당 68시간으로 연간 3,536시간에 이른다.

연간 시내, 시외버스 기사들이 연간 3,120시간을 운전하는 것은 그래서 불법이 아니다. 그러면 하루 18시간 운전은 어떨까. 근로기준법이 정한 하루 근로시간을 넘어서는 것이 아닐까. 근로기준법 제58조는 근로 및 휴게 시간 특례 업종을 정하고 있다. 이 업종들은 노사가 합의하면 주 12시간 이상의 초과 근로도 가능하고 휴게 시간도 변경할 수 있다. 근로 및 휴게 시간 특례 업종으로 운수업, 물품 판매업, 교육연구, 영화제작, 사회복지사업 등이 있으며 의료업도 여기에 포함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 3월 말 여야가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데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며칠 뒤 합의는 아니었다고 번복됐다. 그러나 다섯 명의 대선 주요 후보들이 모두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공약을 냈기 때문에 근로시간은 곧 줄어들 것이다. 주말 근로를 주당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노동부의 행정해석이 근거였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만으로 바로 시행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했을 때 임금이 감소하는 근로자들과 근로자를 더 채용해야 하는 사용자 모두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이렇게 됐을 때 제조업근로자는 월 296만원의 소득이 257만원으로 13%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장근로는 50% 가산해서 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득이 많이 감소하고 회사는 근로자를 고용했을 때 드는 비용을 부담스러워 한다.

근로시간 특례 업종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현행 26개 업종을 10개 업종으로 줄이려고 했고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공약에도 ‘노동시간 특례업종과 제외업종 축소’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남겨놓는다는 10개 업종에 운수와 보건이 포함돼 있어 이들 업종의 근로자들은 여전히 장기간 근로를 할 가능성이 높다. 운수와 보건은 장기간 근로가 근로자 본인, 동료 뿐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 다른 업종 보다 장기간 근로를 막아야 할 필요가 높지만 오히려 축소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수년간의 논의 끝에 전공들의 근로, 수련시간을 줄이는 전공의특별법이 2016년 시행됐다. 장기간 근로가 만드는 문제는 전공의에게만 생기지는 않는다.

근로시간 단축을 맞는 노동단체들은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해오고 있으나 줄어드는 임금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근로시간 특례 업종 줄거나 없어진다고 모두가 저녁이 있는 삶, 보다 안전한 사회를 누릴 수 있지는 않다. 자영업자들은 근로자들보다 더 장기간 근로를 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의료인들의 장기간 근로와 그 때문에 위협받는 환자 안전은 단지 의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문제들이 그렇듯 우리 사회 전체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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