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A 재정기획위원장 등 맡고 있는 신동천 교수에 이틀 전 교체 통보

대한의사협회가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WMA)에 추천하는 이사를 갑자기 교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의협 추무진 회장이 직접 WMA 이사를 맡겠다고 나서면서 WMA 재정기획위원장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던 신동천 연세의대 교수가 하루아침에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더욱이 의협 측은 당사자인 신 교수에게 지난 23일에야 WMA 이사가 교체된다는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교수는 현재 의협 국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10년 넘게 WMA 이사로 활동한 신 교수는 동양권 최초로 재정기획위원장까지 맡았으며 연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아시아·오세아니아의사회연맹(CMAAO) 의장직도 맡고 있다.

의협은 25일 오전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WMA 이사 교체 건을 논의한 후 조만간 WMA에 통보할 계획이다.

WMA는 지난 17일 의협이 이사국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통보했으며 며칠 뒤 오는 2월 1일까지 이사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갑자기 이사가 교체되면서 WMA 내 의협 위상이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WMA 이사회나 총회 등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WMA 재정기획위원장에 신 교수가 선출된 것은 10년 넘게 WMA 활동을 꾸준히, 열심히 해 왔기 때문이다. 의협 몫으로 위원장이 된 게 아니다”라며 “WMA에서 신 교수만큼 열심히 활동해온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사를 교체하면 의협의 위상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WMA 위원장직도 내려놓게 된 신동천 교수

10년 넘게 WMA 이사로 국제협력 업무를 맡았던 신 교수는 황당해했다.

신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의협 회장이 직접 WMA 이사로 활동하는 게 나쁘지 않다. 회장이 직접 뛰는 나라들도 많다.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영어권이 아니거나 국내 회무가 많아서 바쁜 나라들은 별도 이사를 둔다”며 “회장이 직접 하겠다는 건 좋지만 미리 이야기해서 업무 인수인계 등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교수는 “WMA 측도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 재정기획위원장 연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사를 교체하겠다는 것”이라며 “문태준 전 회장 시절부터 꾸준히 활동해 이제는 WMA 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리더 그룹에 들어갔는데 그 모든 게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계의사회 재정기획위원장으로 회의를 주제하고 있는 신동천 연세의대 교수.

신 교수는 “그동안 WMA에서 활동할 후임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다가 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이사를 갑자기 교체하겠다고 통보했다”며 “WMA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많은데 모두 중간에 그만둬야 할 것 같다. 나라 망신”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재정기획위원장 연임 가능성도 있으니 2년 동안 위원장을 더 맡으면서 위치를 공고히 하고 그 기간 동안 추 회장에게 관련 업무들을 인수인계하면 어떻겠느냐고도 제안했었다”며 “전임 회장이 WMA 이사로 활동하는 좋은 일이니 그렇게 하자고 얘기했는데 아무 반응도 없더라. WMA 활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이사로 가면 누가 반겨주겠나. 발언도 제대로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대한민국 의료계를 위해 내 할 일도 미루고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됐다. 더 이상 의협에 기대를 할 게 없어졌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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