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내려앉은 곳도 생겨…안전진단 D등급으로 사용제한 거론 

심각한 노후화로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진단까지 받은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누수가 발생하면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 위험에도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은 16일 오전 회관 3층 보일러 배관이 터져 건물 안이 물바다가 됐다. 추운 날씨 때문에 동파된 게 아니라 배관이 너무 낡아 파손된 것이다.

3층 뿐 아니라 의료정책연구소가 있는 지하 1층 천장에서도 물이 떨어져 현재 업무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관 파손뿐만 아니라 아예 천장이 내려앉은 곳도 생겨 의협 내부에서는 “무너질까 무섭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건물 곳곳에는 균열이 생겼으며 바닥이 가라앉은 곳도 있다.

노후된 배관이 파손돼 물이 새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회관 내부. 일부 천장은 내려앉고 있다.

지난 1972년 준공된 7층짜리 의협 회관은 정밀안전진단에서도 심각성을 드러냈다.

의협은 지난해 8~9월 실시한 정밀안전진단 결과, ‘종합평가등급 D’를 받았다.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전체적인 보수보강이 필요하고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라는 게 의협 측 설명이다.

지난 2008년 실시한 정밀안전진단에서는 C등급을 받았지만 몇 년 만에 노후화가 더 심각해진 것이다. 안전진단 최하등급은 입주자 퇴거와 건물 철거가 필요한 수준인 ‘E’다.

의협 관계자는 “이러다가 진짜 큰 사고가 날 것 같다. 누전으로 인한 화재 위험도 높은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별다른 사고가 없었던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말했다.

의협도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회관환경개선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개선추진위는 회관 건물을 현 위치에 재건축한다는 방침이다. 재건축에 드는 총 공사비는 300억원 정도로, 이 중 200억원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뒤 향후 특별회비(3만원) 징수, 연수교육 평점관리료(1평점당 500원), 임대수입 창출 등으로 상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협은 오는 4월 열리는 정기대의원총회에 회관 재건축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의협 관계자는 “이번 정총에서 회관 재건축 안건이 처리되지 못하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집행부 임기 말이어서 안건이 처리되기 힘들다는 말도 나오는데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이번 정총에서 회관 재건축이 결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오는 4월 열리는 대의원총회에 회관 재건축 방안을 안건으로 올릴 것 같지만 현재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며 “총회까지 미루다가 큰 사고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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