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과학회 정훈용 수련이사 “관행에서 벗어나 수련 교육 정상화 필요”

정부와 대한내과학회가 오는 2017년부터 내과 전공의 수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전공의 수련 과정을 전문의로서 필요한 역량 중심으로 내실화하기 위해 내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수련 현장에서는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내과학회는 이번 기회에 전공의 수련 교육을 제대로 개편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만난 내과학회 정훈용 수련이사(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는 “전공의 수련교육 기간이 왜 4년 이어야만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내과학회가 수련 기간 단축을 고민하게 된 이유와 교육 개편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 내과학회 차원에서 전공의 수련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진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 내과 전공의 개념이 들어왔을 때는 4년제였다. 그러다가 1979년 수련 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다. 지금은 내과 수련 기간이 3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1990년에 수련 기간을 다시 4년으로 연장했다. 당시 수련 기간을 연장한 이유는 분과를 전공의 4년차에 녹이기 위해서 였다. 전공의 4년차 1년 동안 분과 수련을 한다는 개념이었다. 당시에는 전임의(펠로우)제도가 없었다. 또 서울아산병원이 문을 여는 등 대형병원들이 태동하던 시기여서 수요 인력이 늘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1992년 내과 분과전문의제도가 신설됐다. 분과전문의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는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부분 펠로우 과정을 밟는 상황에서 내과 전공의 4년제를 유지할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1998년부터 3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 내과 전공의 500명과 내과 전문의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93% 정도가 3년제에 찬성했다. 이후 3년제 수련 교육 과정을 만들어서 2002년 대한의학회에 제출했고 2005년에 보건복지부에 올라갔지만 반려됐다.


- 당시 복지부가 3년제 내과 전공의 수련 계획을 반려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복지부는 내과 수련 기간 단축 필요성을 떠나서 내과만 변경할 수 없다고 했다. 수련 교육 과정을 바꾸려면 다른 과도 한꺼번에 바꾸자는 것이었다. 과별로 수련 기간을 바꾸겠다고 요청이 들어오면 건건이 검토해야 하니 수련 기간 단축에 타당성이 있다면 다른 과들의 의견을 함께 가져오라고 했다.

- 10년이 지난 뒤 복지부도 내과 전공의 수련 기간 단축에 동의했다.

복지부에서 반려한 이후에도 내과학회 이사회에서는 매년 논의해 왔었다. 매번 논의만 하고 끝났었다. 그러다가 내과 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가 벌어졌고 수련 기간 단축 논의에 드라이브를 거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내과 전공의 미달 사태가 왜 발생했고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논의를 하기 시작했고 지난 2014년 내과학회 이사회 워크숍 때 3년으로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 내과 전공의 수련 기간 단축을 결정한 뒤 준비한 것은 무엇인가.

전공의 수련 시간을 줄이면 그 만큼 업무 공백이 발생한다. 그리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조치로 4년차까지 당직을 선다고 했을 때도 200명 정도 추가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첫 번째로 추진한 게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으로, 학회 내 TF도 구성했다. 호스피탈리스트가 업무를 대체하면 전공의들은 수련 교육에 집중할 수 있어 3년으로도 충분하다.
또한 전공의 수련 기간 동안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부분(150여개 항목)을 규정해 주고 지도전문의를 통해 그 역량을 확인할 계획이다.

- 전공의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내시경이나 초음파 술기 교육이다. 이 때문에 펠로우를 2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전공의들에게 내시경이나 초음파를 하도록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국민 암검진이 시행된 이후 내시경을 할 줄 모르면 개원하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내시경 검사 등을 많이 해볼 수 있는 소규모 병원이 수련 받기 좋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 그련 수련 교육은 의사를 만들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내시경 기사를 만들기 위한 것인가.

그렇다고 우리나라 임상 현실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학회 내 초음파TF를 만들었다. 내과 전공의 수련 과정에 초음파 교육을 넣었고 앞으로 내시경과 초음파 교육을 더 세분화할 계획이다. 제대로 교육 시키려면 지도전문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초음파 지도인증의도 더 확충할 예정이다.

- 현행 4년제 내에서도 수련 교육 과정을 개편할 수 있지 않나.

판을 새로 짜지 않으면 바꾸기 힘들다. 기존 4년제 내에서 변화를 주려고 노력해도 위기감이 없으면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프레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배우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바꾸면 3년 만에도 충분히 수련을 마칠 수 있다. 미국은 인턴을 포함해서 내과 전공의 수련 기간이 3년(36개월)이다.

- 일부에서는 3년으로 수련 기간을 축소하면 결국 ‘가정내과전문의’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한다.

General internist를 한국어로 일반 전문의라고 번역되면서 오는 오해인 것 같은데 그 자체만으로도 전문가다. General internist는 수준이 낮은 게 아니라 질환을 폭 넓게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가정의학과도 할 수 없는, 내과만의 전문성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전공의 시절부터 세부적인 부분에 집중하면서 General internist를 양성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그래서 내과 전공의 수련 기간 동안 ‘해리슨 내과학 교과서’ 한 권을 통독하고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숙지하도록 교육시킬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수련 기간 동안 150여개 필수항목을 이수하도록 1년차 때 관련 내용을 배포하고 지도전문의로부터 확인받는 시스템도 도입한다.

- 바뀌는 수련 교육 과정을 따라가기에 1년이라는 시간을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과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없는 것을 새로 추가하는 게 아니라 있는 내용들을 재정비해서 효율적으로 교육시키겠다는 것이다. 전공의 수련 교육 목표가 구체적으로 제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오히려 수월할 수도 있다. 다만 지도전문의들은 지금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다. 전공의들이 필수항목들을 제대로 이수하고 있는지 그 역량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수련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내과 전공의 수련에 제일 큰 걸림돌은 관행이다. 예전부터 내려오던 이상한 관행만 없어지만 전공의들은 수련 교육에 집중할 시간적 여유가 생길 것이다.

- 지방에 있는 수련병원들은 내과 수련 기간 단축으로 인력난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방인지 서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전공의를 위한 좋은 수련 교육 프로그램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인력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는 전공의를 일손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공의는 병원의 소유가 아니다.

3년제로 판을 새로 짜면 수련병원들도 전공의 정원을 배정받아 메인으로 수련을 하는 병원과 파견을 받아서 짧은 기간 수련하는 병원으로 나뉘어야 한다. 그리고 전공의 수련을 제대로 시키는 곳에는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과 전공의 수련 기간 단축은 비정상적이었던 부분을 정상화하고 불합리한 부분을 합리화하는 과정이다. 바뀌는 수련 내용 중 전공의들에게 득이 되는 부분은 기존 전공의에게도 바로 적용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순차적으로 적용할 생각이다. 그러니 전공의들은 불이익이 생길까 걱정할 필요도, 동요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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