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당뇨병학회 이문규 차기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청년의사 신문 박기택] 국민병으로까지 일컬어지는 당뇨병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조기 치료 및 환자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은 여러 전문가들이 익히 언급해 왔던 바다. 당뇨병 발병 초기부터 강력한 혈당 조절과 식이·운동요법 등을 독려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중 조기 강력한 혈당 관리 부분은 분명히 과거보다 개선됐다. 보험급여제도 하에서 제한적이던 당뇨병 약제 사용은 점차 용이해지고, 혈당 감소는 물론, 체중 감소 효과까지 가진 다양한 당뇨병 신약들도 등장해 보다 나은 당뇨병 관리가 가능하게끔 돕고 있다.

그러나 혈당을 잘 조절하고 있는지, 또 적절한 식이·운동요법은 하고 있는지, 합병증 예방을 위한 검사는 적절한 때 받고 있는지 등 환자 개개인에 대한 교육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이런 당뇨병 환자 교육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개원가와 대학병원 간 유기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당뇨병학회 차기 이사장인 삼성서울병원 이문규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 만나 “초진 환자부터 1차 의료기관과 대학병원을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문규 이사장이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당뇨병 치료관리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차기 이사장으로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감사하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10년 전보다 당뇨병 관련한, 치료나 질병에 대한 인식 등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효과적으로 질병 관리 및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2년간의 임기 동안 많은 것을 이루고자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치료 관리 시스템이 개선될 수 있는 기틀을 닦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솔직히 (책임감에)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웃음).

- 시스템 개선이라 함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1차 의료기관과 2, 3차 의료기관 간 협진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다. 당뇨병은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과거에 비해 당뇨병에 대한 인지도는 개선됐고, 효과적인 치료제들도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 당뇨병을 ‘경증 질환’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당뇨병 교육은 분명히 달라져야 할 점이다. 특히 중요한 게 교육이다. 약만으로 당뇨병을 치료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생활습관 개선 등의 노력 없이는 혈당은 조절되지 않는다.

- 현재도 교육과 협진은 이뤄지고 있지 않나.

개원가나 대학병원 모두 3분 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힘들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환자 개개인에게 교육을 할 수 없는 여건이다. 대학병원에서야 전담 교육간호사와 영양사, 운동치료사 등을 두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환자가 워낙 많다보니 개별화된 교육을 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대학병원 의사들도 자신의 환자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어떤 운동을 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저 교육지시만을 내리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뇨병은 초기부터 엄격한 관리를 통해 혈당 조절 등을 해야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것이 현재 전세계적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이다. 이를 위해선 약물 뿐 아니라 검사, 식이, 운동요법 등도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개원가에선 난치성이거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 새로운 치료 개발돼 그에 적응증이 있는 환자 등 일부만을 대학병원으로 보낸다. 이런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초진 환자라도 필요하다면 대학병원으로 보내 교육이나 검사를 받게 하고, 이후 관리는 1차 의료기관에서 하는 형태가 만들어져야 한다.

- 현실에 적용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구상이다.

그렇다. 일단 1차 진료의 입장에선 환자를 뺏긴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우리병원만 해도, 지역 1차 의료진들에게 환자는 초진만 보고 검사도 일정 이상은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교육실을 오픈했지만, 실제로 환자를 보내는 곳은 많지 않다. 학회가 한다고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win win’하는 게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학병원들은 교육 중심으로 했을 경우 수익성을 따질 수도 있다.

환자가 필요할 때 1차, 3차 기관을 오가며 교육, 검사 등을 받게 하는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의료전달체계가 분명해지고 1차 의료기관에는 오히려 재진환자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보다 나은 환자의 ‘outcome’을 위해, 좀 더 나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학회의 바람이다.

- 교육 수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장기적으로는 수가가 확대되면 도움이 되겠지만, 비단 수가가 늘어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돼야 한다. 당뇨병 교육을 위해선 교육간호사, 영양사, 운동치료팀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개원가 현실에선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지역 보건소 등에서 헬스클럽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 목표가 모호하고 환자 개인에 맞는 운동치료로 보기도 힘들다.

당뇨병을 경증질환으로만 보고 관리해서는 안된다. 필요할 경우 대학병원과 연계해 검사, 교육, 새로운 치료 소개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에 학회에선 1차 진료의가 포함된 팀을 꾸려, 시범사업 및 중장기적 실천 방안을 마련토록 할 계획이다. 또 1차 진료의가 임원으로 참여해 학회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 거부감을 갖는 의사들에 대한 설득이 필요할 것 같다.

사실 이 모델이 성공할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조기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선 UKDPS 등의 연구 등을 통해 이미 입증됐다. 즉, 우리나라에서 지금과 같은 시스템대로라면 10년 후 당뇨병 합병증이 늘어날 것은 명약관화하다는 말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바꾸기 위해선, 새로운 당뇨병 치료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1차 진료의와의 협업이 필수다. 이들이 손해본다고 생각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 대국민 홍보활동 계획은.

푸른빛 점등식 등 진행해 온 활동들은 계속 이어갈 것이다. 여기에 정책 홍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학회가 결국 당뇨병을 진료하는 의사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질병의 위험성이나 관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이해당사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공감대 형성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기존의 홍보는 계속하면서, 좀 더 환자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홍보하는 것을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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