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단 마지막 회의서도 이견 좁혀지지 않아…정부-의료계 불신이 발목 잡아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상대가치점수의 2차 개정 시기가 임박했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달 23일 열린 상대가치운영기획단 마지막 회의에서도 최종 안을 결론짓지 못해 의료계의 반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공급자(6인), 가입자 추천 전문가(3인), 학계(3인), 정부·보험자 추천 전문가(3인)등 총 15인으로 상대가치운영기획단을 구성하고, 상대가치점수 체계를 진료과목별에서 행위유형별(수술, 처치, 기본진료, 기능검사, 검체검사, 영상검사)로 구분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상대가치점수란 요양급여에 드는 시간·노력 등 업무량과 인력·시설·장비 등 자원의 양, 요양급여의 위험도 등을 고려해 산정한 요양급여의 가치를 각 항목사이의 상대적인 점수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지난 2001년 제정된 상대가치제도는 그동안 진료과목 간 불균형 문제, 의사업무량 내지 진료비용의 반영 정도 등에 대한 불만족으로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2003년부터 두 차례의 개정연구가 진행됐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진행됐던 1차 개정연구에서는 ▲의사비용(업무량)과 진료비용의 분리 ▲치료재료 비용의 분리 ▲진료 위험도 반영을 목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1차 연구에서도 진료과 간 총점 불균형, 직접비용자료의 불안정성 등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재정 중립을 유지하고 환산지수를 통해 병·의원의 경영상황이나 원가의 변동이 반영되는 것을 전제로 했지만, 실제로는 상대가치점수별 빈도가 변해서 총점까지 변동되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2차 개정연구는 1차 연구결과를 토대로 진료과 간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2010년부터 시행됐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의료이용량의 변화를 반영한 상대가치 총점관리기전을 도입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그 결과 최종 보고서에는 새로운 상대가치점수는 행위유형별로 진료량을 포함한 총점을 관리하며, 이를 위해 환산지수 계약과 유형별 진료량을 반영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즉, 일정기간의 상대가치점수가 인상(또는 인하)되는 비율을 다음년도 환산지수 인상(또는 인하비율)과 연계해 수가인상(또는 인하)비율을 도출한다는 개념이다.

상대가치 2차 개정,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

이를 토대로 상대가치운영기획단은 총 11회에 걸쳐 상대가치 2차 개편안을 논의해왔고, 유형별로 원가를 90% 수준으로 상·하향시켜 전체 발란스를 맞추고 이에 따른 손실금 만큼 정부가 보존해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전체 유형 중에서 '검체'의 원가는 기존 159%에서 142%로 조정하고, '영상'도 122%에서 116%로 조정하는 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검체'는 3,600억원(11%), '영상'은 1,400억원(5%) 가량 인하돼 총 5,000억원의 수가가 절감된다. 하지만 절감분 만큼 정부가 보존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정부도 5,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총 1조원을 다른 유형에 단계적으로 배분하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에 대해 공급자 단체와 정부간 협의가 난항을 계속하고 있다.

의료계는 당초 행위유형별로 구별해 원가를 일정부분 맞춘다는 데에는 동의했지만 특정 유형의 수가를 낮춰 타 유형으로 막는, 일종의 돌려막기식 보상이 불만스러운 데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재정지원 약속이 정말 지켜질 수 있겠냐는 입장이다.

의료계가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은 5,000억원의 재정을 지원할 때 이를 차기년도 환산지수 계약에 반영해 재평가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원가 100원짜리인 물건을 70~80원에 판매하도록 저평가된 수가를 정부가 올려주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라면서도 "하지만 검체와 영상의 수가를 낮춰 다른 과의 수가인상에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정부가 1,250억원씩 4년에 걸쳐 연초마다 재정을 투입하고 연말에 다시 지불된 금액 등을 평가해 수가계약에 반영하겠다 것"이라며 "정부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의원 4.4%, 병원 2.3%, 상급종합병원 2.4%의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것만 믿고 가야할지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유형별 원가를 90%대로 조정해도 환산지수를 결정짓는 수가협상에서 그만큼 인하돼 결국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심평원과 복지부는 의료계의 입장을 존중한다면서도 기존의 방향성은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심평원 상대가치개발부 관계자는 "기획단의 마지막 회의에서 그간의 논의 내용을 정리하려 했지만 최종안이 확정되지는 않았다"면서 "참석자들간에 입장차이가 있어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획단 회의에서 상대가치개편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고 수치나 퍼센트 등은 미세하게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방향성만 그대로 유지하고 단계적으로 반영하도록 해 최대한 내년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복지부는 재정투입 방식에 대한 의료계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추가 회의의 가능성을 열어 뒀다.

또 상대가치점수 개정 이후 2년마다 재평가를 해 심평원의 시뮬레이션 결과와 실제 차이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필요 시 상대가치점수 조정방안을 재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상대가치점수 전면개정 작업이 올해안에 원만하게 합의에 이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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