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서점을 찾은 한 손님이 마음에 드는 책이 있어 점원에게 가격을 물었다. 점원은 그 책의 가격이 5달러라고 했다. 서점을 나갔다 다시 찾은 손님이 아까 그 책의 가격을 다시 한 번 묻자 이번에 점원은 6달러라고 말했다. 손님은 왜 그 사이 책값이 올랐냐고 물었고 점원은 ‘Time is Money’라고 답했다. 자신이 책을 읽을 귀중한 시간을 빼앗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미국의 정치인 벤자민 프랭클린이 책방 점원으로 일할 때 있던 일로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의 시초가 된 일화다.

지난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정치 공세로 증인과 참고인들의 소중한 금을 빼앗았다. 이날 복지위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국정감사를 위해 오전 10시 일반 증인 5명과 참고인 1명, 그리고 수많은 관련 기관 증인들을 출석시켰다.

그렇게 메르스 국감은 시작됐지만 한 시간여 동안 정치공방전만 이어졌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청와대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등의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끝내 오전 11시경 국감은 중단됐고 이후 무려 7시간이 흐른 오후 5시까지 한 발자국의 진전도 없이 그대로 끝을 맺었다.

그 시간 동안 여야는 원내대표까지 나서 감사 속개를 위해 협상을 벌이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그들이 받아 든 결과물은 ‘감사 무산’이라는 답안지였다. 여당은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야당은 여당의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 채 정치공방을 이어간 결과였다.

게다가 야당은 “메르스 국감에 최원영 수석과 김진수 비서관은 핵심 증인인데 이들을 채택하지 않는 것은 여당과 정부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여당은 “상임위원회에서 증인 채택을 두고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공전하는 민망한 사례를 만들었다”고 서로 네 탓하기에 바빴다.

여야가 7시간 동안 네 탓을 하는 동안 국감장에 출석한 증인과 참고인들은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채 꼼짝없이 국감장에 잡혀있어야만 했다. 국감장에 호출된 한 증인은 “나도 생업이 있는 사람인데 이게 뭐 하는거냐”며 기자에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물론 여당은 여당 나름의 이유로, 그리고 야당은 야당 나름의 이유로 이번 메르스 국감을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원들이 본인과 자신이 속한 정당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펼친 정치공세로 국감장에 불려 온 증인과 참고인들은 금 같은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의원들에게 이들의 금 같은 7시간을 빼앗을 권리를 누가 주었는가. 그것도 국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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