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메르스와 같은 신종감염병 발생 시 방역을 총괄할 수 있도록 질병관리본부의 지위와 권한이 격상됐다.

정부는 지난 1일 질병관리본부장을 현재 실장급에서 차관급으로 지위와 권한을 격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메르스 사태 당시 가장 논란이 됐던 방역 지휘체계의 구멍을 질병관리본부의 지위와 권한을 높임으로써 메우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메르스와 같은 신종감염병 국내 유입 시 질병관리본부장 직속으로 24시간 긴급상황실을 가동해 신속하게 대비하는 한편, ‘방역직’을 신설하고 역학조사관을 올해부터 매년 20명 이상 선발하는 등 우수 인력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로 꼽혔던 인사 및 예산권도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부여하기로 했다.

비록 메르스 사태 이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지만, 지금이라도 국가 방역체계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질병관리본부를 개혁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만으로 질병관리본부가 환골탈태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본부장이 차관급이 아니라 실장급이라서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조직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신종감염병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했고, 인력은 적었으며, 권한도 없었다. 초기 메르스 환자 발생 시 대처부터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까지, 전문가 집단이라기보다는 행정 관료적인 모습만 보여주며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단순히 직급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아직 구체적인 개편 방안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차관급 격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추진될 실질적인 개편 내용이다.

예를 들어 각 권역 지역본부의 설치, 지방자치단체와의 유기적 협조, 국립보건연구원 효율화 등의 대책도 수반돼야 한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의료기관들이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질병관리본부와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하고, 민간의료기관들이 정부 시책을 따르다가 피해를 보는 일을 걱정하지 않게끔 하는 적절한 안전장치도 고민해야 한다.

또한 방역직 신설이나 역학조사관 충원도 숫자만 늘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 전체 직원의 60%가 계약직인 현재의 구조를 그대로 둬서는 전문성이 발휘되기 어렵다. 그리고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학조사관 등 전문가에게 그에 합당한 권한을 부여하는 일이다. 질병관리본부장만 차관급으로 높아지고 현장을 뛰는 전문 인력들은 여전히 박봉의 계약직인 상황이 지속된다면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내실 있는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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