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메르스 사태로 인해 의료에 대한 일반인의 생각이 많이 변했다. ‘규모가 크고 유명한 의사가 많아 언제 찾아도 수준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최고로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병원 내 감염관리 같은 기본적인 사항을 준수하는 곳’이 제대로 된 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그간 당연시됐던 ‘북적이는 응급실’,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병실’, ‘간병과 문병 문화’ 등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역설적으로 ‘보건의료시스템 개조’의 찬스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요즘 심한 외풍을 맞고 있다. 장관 경질설이 거론된 지 이미 오래며, ‘보건부’와 ‘복지부’의 분리 주장과 복수차관제 도입 주장도 나오고 있다. 메르스 사태 같은 큰일을 겪고 나면 장관 경질 같은 문책성 수습책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보건부 독립과 복수차관제 도입 같은 행정조직 개편에 대한 목소리까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국내 보건의료계 변화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복지부 개편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 ‘보건부를 독립시키거나 차관을 늘린다고 해서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는 주장도 있고, ‘이번 메르스 사태를 맞아 복지부가 잘한 게 뭐 있다고 독립을 시키거나 차관을 늘리느냐’는 싸늘한 시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스로 인해 드러난 수많은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부 개편을 통한 보건 분야 전문성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이름만 ‘보건복지부’였을 뿐, ‘복지’ 쪽 업무에 크게 치중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의료 정책조차 보장성 강화 등 복지 측면에 쏠려 있었다.

복지부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는 사실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보건부 독립이냐 복수차관제 도입이냐에 관한 논쟁을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선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보건부가 독립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쪽의 주장이나, 복수차관제 도입으론 안 된다는 쪽의 주장이나, ‘결국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의 다른 표현일 뿐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다. 핵심은 장관이나 차관의 숫자를 하나 늘리거나 조직도를 다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보건의료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고 정부의 역할을 재규정하는 일이다. 또한 보건분야의 기초체력을 강화하여 앞으로 다시 닥칠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이번 기회도 놓친다면, 복지부 개편이든 보건의료시스템 개혁이든, 앞으로는 더욱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좀 더 구체적이고 파격적인 보건행정체계의 개선 논의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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