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한 달이 넘도록 메르스 사태가 지속되면서 급기야 직원들의 월급도 못 지급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부분 폐쇄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병원들도 있지만 환자가 경유한 곳이라는 낙인이 찍혀 환자의 발걸음이 끊긴 곳도 있으며, 메르스와 연관이 없지만 환자가 크게 줄어들어 경영난을 겪는 곳들도 있다. 평소 경영 상태가 좋지 못했던 곳들은 도산 걱정까지 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에 대해 정부가 보상 방침을 밝힌 것이 이들 병의원들에게는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방안들 중에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안 보인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자금을 융자해 주겠다고 하지만, 메르스 환자 발생·경유 의료기관과 해당 의료기관이 소재한 지자체 내 다른 의료기관들 중 전년 동월 대비 매출액이 10% 이상 감소한 의료기관으로 한정하고 있을뿐더러 자금이 총 200억원으로 제한되어 있다. 개별 의료기관이 받을 수 있는 대출은 1억원도 채 안 돼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비비 160억원을 투입한다지만 부분폐쇄나 격리를 실시했던 집중관리병원만을 중심으로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라 범위가 좁다.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문을 닫은 병의원들의 처지는 특히 딱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메르스로 인해 동네의원이 입은 손실 규모를 알아본 결과, 메르스 환자의 확진 또는 경유로 인해 휴업을 한 의원(직접피해 의원) 한 곳당 3,200만원 이상, 간접피해 의원은 한 곳당 1,270만원의 매출 손실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세한 동네의원들에게는 상당한 타격이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직간접적 손실을 입은 병원들에 대한 지원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취약한 공공의료 기반 속에서 메르스와 사투를 벌인 전력의 태반은 민간에서 나왔다. 그러기에 많은 국민들도 의료진들을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손실을 정부가 돌봐주지 않는다면, 향후 비슷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느 의료기관이 선뜻 나서겠는가.

온 나라가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단순히 환자가 줄었다는 이유로 의료기관들에게만 특별한 보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한다.

최근 내년도 수가 인상률이 정해졌다. 예년보다 더 낮았다. 차등수가제 폐지도 무산됐다. 그 와중에 감염관리 등과 관련해서는 일방적 규제 강화와 페널티 부과가 또 거론된다. ‘식당 문 닫았다고 정부가 보상하냐?’는 식의 언급이 공무원의 입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건 의료진들의 노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의료계를 일부러 자극할 작정이 아니라면, 이런 접근법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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