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공급자단체에게 요양급여비용 수가계약은 내년도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각 공급자단체는 5월을 기다린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 올해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협상을 마치고 나오는 각 공급자단체 대표들은 연거푸 한숨만 깊게 내쉬고 있다.

공급자단체로서는 내년도 추가 건강보험 재정 규모(흔히 밴딩이라 부른다)조차 모른 채 눈치껏 인상 폭을 요구해야 하고, 야심차게 준비한 인상 근거자료는 공단이 못 믿겠다하니 발목 잡을 게 눈에 훤한 부대조건이라도 받아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하는 모양새다.

그나마 올해는 13조원의 건보 흑자가 있어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부풀기도 했지만, 이것도 섣부른 기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입자단체가 연일 건보재정 흑자를 보장성 강화에 써야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재정운영소위원회서조차 밴딩 폭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2차 협상이 한창이던 27일 추가 회의를 열고 밴딩을 정하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수년간 협상을 반복해 온 공급자단체들 중에는 “대규모 결렬 선언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진행하는 수가협상에서 무조건 공급자들 요구에 맞게 수가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급자단체들은 협상 당사자로서 밴딩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그렇게 책정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알 권리가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수가협상 정착 후 한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도대체 수가협상은 언제까지 공급자 따로, 보험자 따로 환산지수 연구를 하고 그 결과조차 서로 믿지 못한 채 졸속으로 진행돼야 하는가. 이런 불투명한 협상 방식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올해 협상도 얼마 남지 않았다. 수가협상이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제발 서로 감추는 것 없이 투명하게 진행하길 바란다.

국민들은 수가 인상 폭을 최대한 낮추는 것 보다 자신들이 낸 건강보험료가 제대로 쓰이기를 원한다. 투명하게 공개된 협상과정에서 ‘수가 인상 필요없다’는 결론이 나면 올려주지 않으면 그만이고,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면 올려주면 된다.

설마, 국민들이 이런 당연한 이치조차 모를 것이라고 생각들 하시는 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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