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미국 식품의약국(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이하 FDA)이 ‘수입금지’시킨 제품을 비슷한 시기에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기기’로 승인해준 사실이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해당 제품은 스키오(SCIO)란 이름의 바이오피드백 장비다.

수입 회사는 ‘스트레스 조절을 위한 바이오피드백 장비’로 서류를 작성해 2009년 12월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식약처의 허가를 받기 위해서였다. 실제로는 양자의학(파동의학)에 입각한 진단 및 치료장비로 유통시켰다.

이는 회사 대표와 통화에서도 드러났을 뿐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상당수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었다. 이미 300여개의 의료기관이 스키오를 사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로 사용하는 의료기관을 방문해보니 더욱 황당했다. 편의점에서 구입한 ‘삼다수’를 치료제처럼 환자에게 줬다. 의사는 그 물을 소주잔에 따라 물에 희석시켜 먹으라고 말했다. 몸에 부족한 파동을 채운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양자역학과 양자물리학이 물리학의 한 분야인 것은 맞다. 그 이해를 위해서는 파동을 알아야한다는 것도 맞다. 그러나 여러 물리학자들에게 물어봐도 ‘인체의 파동을 측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물리학자들은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수준인 원자 단위에서나 측정이 가능한 파동을 스키오로 진단했다면 그 자체로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는 말도 했다. 백번 양보해 파동을 측정했다고 치더라도 그 결과를 생물학적으로 또는 의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는 전혀 연구된 바가 없다.

스키오를 만든 회사는 이와 유사한 사기 경력이 있었다. 이미 수년 전에 미국에서 ‘에이즈, 암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다 환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이후 스키오 제작자인 넬슨이란 사람은 헝가리로 도피했고, 결국 FDA에서 ‘수입금지 및 압류’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우리 식약처는 이런 맥락을 전혀 몰랐다. FDA가 단순히 과장광고 때문에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보고, 허가 신청 서류만 검토한 후 승인했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이 사기 장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연인원 200만명이 넘고 피해액도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암에 걸린 환자들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스키오 검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식약처는 식품 및 의약품의 ‘안전’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한 식약처의 업무 소홀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친 셈이다. 지금이라도 스키오와 같은 사기성 장비가 더 있지는 않은지 철저한 점검을 해야 한다. 만약 있다면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려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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