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매년 국민의 혈세를 일 하는 것 없이 받아간다는 오명을 받았던 국회가 모처럼만에 체면치레에 성공했다. 올해 정기국회는 예년에 비해 ‘일하는 국회’로 비춰지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 덕분에 여야가 법정기한 내에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해 통과시키기도 했고, 예년보다 빠른 예산안 통과로 여야간 쟁점이 적은 법안을 처리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 덕분에 237건이라는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수의 법안을 처리하기도 했다.

올해 2월부터 시작된 제322회 임시회부터 시작해 지난 9일 끝을 낸 제329회 정기회까지 처리한 법안의 내용도 나쁜 것은 아니었다. 보건복지위원회로 한정해서 보면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되는 즉시 급여비를 중단하도록 한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의 법안을 비롯해 신용카드를 통해 건강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한 법안, 약제장교 중위 임관을 골자로 한 법안 등 굵직한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보건의료계로선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주부터 시작된 올해 마지막 임시국회에서는 법안처리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4자방 국정조사와 청와대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야가 갈등을 벌이는 등 치열한 정치공방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복지위에서는 의료인 폭행방지법, 의료분쟁조정 강제개시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한 심의를 앞두고 있는 임시국회이지만 보건복지부의 진주의료원 서부청사 활용 승인 건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의사일정에 대한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여서 파행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지리한 정치공방이 이어질 경우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룰 법안들 가운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같은 여야간 의견차로 평행선을 달리는 법안들의 경우 빅딜이나 막판 무더기 처리로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서 예년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여야간 쟁점이 적은 법안에 우선순위를 두고 심사, 처리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여야의 정치공방으로 의견차가 적은 법안까지 처리하지 못했던 관행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19대 국회 출범의 주요 아젠다였던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와야 한다. 여야가 정쟁에 휘말려 구태를 반복할 심산이라면 일하는 국회라는 평가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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