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윤의 리씽킹 이노베이션


[청년의사 신문 배성윤]

지난 시간에는 세 가지 혁신 패러독스 중 첫 번째로, 효과가 의심되는 의료혁신이 빠르게 확산되는 반면, 효과가 기대되는 혁신인데도 임상현장에 좀처럼 도입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 살펴보았다.

혁신의 패러독스, 그 두 번째는 민주적 절차가 가지는 양면성에 관한 것이다. 즉, 지속가능한 긍정적 혁신을 위해서는 참여와 협력이 절실하지만, 이것이 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혁신에 필요한 지식을 갖추고 있거나 혁신의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켜야한다는 생각은 정치경제학자 찰스 린드블롬의 이론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이것을 ‘민주주의의 지혜(The intelligence of democracy)’라고 했다.

참여와 협동을 통한 의사결정과 실천은 잠재된 혁신의 발견 가능성을 높이고 구성원들의 동기와 결속을 강화하며 그들이 변화를 더 잘 수용하게 만든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의료분야에서도 중앙행정부처가 변화를 주도해온 기존의 실용적 접근법의 대안으로서 사회운동이 대두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근거중심의학이다.

협동과 호혜의 규범을 강조하는 사회운동과 참여적 접근법은 혁신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결함’이다.

가령 혁신을 위한 협력활동은 협력에서 배제된 구성원에 의해 무력화되기도 하고, 개인적 이해관계나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와해되기도 한다. 의료혁신을 둘러싼 직역 간 갈등이나 영역침해 논란도 혁신의 패러독스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의료혁신의 첫 번째 패러독스의 해법으로 주목받았던 근거중심의학이 아직까지 임상현장에 확실한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은 두 번째 패러독스에 일부 기인한다.

두 번째 패러독스의 원인은 두 가지로, 하나는 의료인들이 혁신에 나설 수 있는 협력의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와 의료인 간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인의 협력과 동의를 얻어내는 데 실패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된 시장 왜곡을 적극적으로 조정해나가지 못했다. 한편, 의료인들은 자신들의 경제행위를 정책적 결함과 시장의 상업적 영향력에 의한 것으로 정당화하면서 혁신을 역행하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의료분야에서 더 많은 혁신이 성공하려면 의료인들의 참여와 협조가 중요하지만, 혁신 친화적 맥락과 합리적 규제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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