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배성윤] 의료분야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3D로 요약될 수 있다. 디스럽션(Disruption), 디지털(Digital), 디자인(Design)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초래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의료비 폭증인데, 의료비 조달에는 한계가 있으니 결국 의료비 절감을 위한 혁신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파괴적 혁신(Disruption)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파괴적 혁신은 기술과 서비스의 탈중앙화와 소비자의 자기주도적 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료계를 바꾸고 있다. 큰 병원과 고가의 기술 중심이었던 의료서비스 시장이 편리한 사업모델과 저가의 적정기술, 환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파괴적 의료혁신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디지털(Digital)’의 위력이다. 덕분
[청년의사 신문 배성윤] 혁신이 의료계 화두가 되면서부터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영진은 경영혁신이니 환자경험증진이니 해서 저마다 혁신을 위한 온갖 방법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때로는 설익은 아이디어를 현장에 적용하다 의료진의 저항에 부딪히기도 하고, 구호만 부르짖다 상처만 남기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성공하는 조직들이 있는 걸 보면 뭔가 혁신에 성공하는 방정식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영어사전에서 혁신(innovation)의 뜻을 찾아보면, ‘새로운 무언가를 도입하는 행위’라고 나와 있다.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의성’과 함께 그것을 현실에 도입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혁신의 방정식에는 창의성과 위험감수 모두가 필수요건이다.
[청년의사 신문 배성윤] 건강보험의 최대 장점이자 문제는 보험료 수입이 가입자의 위험이 아닌 소득에 따라 결정되고, 보장받는 혜택은 보험에 기여하는 정도와 상관없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이를 문제라고 하는 이유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경제활동인구의 감소와 만성질환자 및 의료수요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공급자의 희생을 강요하거나 적절한 보상을 미루는 일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가입자의 의료수요가 줄어들도록 하고 보험재정에 계속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다. 다시 말해 국민을 더욱 건강하고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건강보험이 보장성을 강화하고자 해온 그간의 노력들은 한편으로는 국민에게 좋
[청년의사 신문 배성윤] 최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의료질향상분담금제도 시행방안’이 의료계에 이슈다. 지난해 정부가 선택진료제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이로 인한 의료기관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안으로 내놓은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에는 그 내용과 절차 측면에서 재고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제도의 목표와 보상 간에 정합성이 미흡하다. 결과(outcome)를 중심으로 질을 평가하고 보상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지만, 이 제도의 평가 항목은 결과보다는 여전히 구조와 과정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한, 인센티브는 구조와 과정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수록 유리하거나 반대로 의료기관이 통제하기 어려운 지표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편, 공유가치 창출에 의한 경쟁우위의 확보와 차별
[청년의사 신문 배성윤] 몇 해 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뉴욕타임즈에 ‘환자는 소비자가 아니다’란 제목의 칼럼을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국의 공보험인 메디케어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려는 공화당 측 정책을 비판하면서, 그는 의료분야에서 ‘소비자’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미국의 현실을 개탄했다. 사실 ‘소비자 주도’ 혹은 ‘고객 중심’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진 미국이 매우 비효율적인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폴 크루그먼은 이러한 모순이 의사-환자관계를 단순히 상업적 거래로 보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환자를 더 이상 철부지 자식이나 무지한 학생처럼 보살피고 가르쳐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이미 시대정신
[청년의사 신문 배성윤] 지난해 10월, 우리나라를 포함해 29개국을 대상으로 의사에 대한 신뢰도와 서비스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가 NEJM에 발표되었다. 1위는 스위스, 2위는 덴마크였다. 우리나라는 의사 신뢰도 20위, 서비스 만족도 24위를 기록했다. 의사에게서 받은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겨우 25%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를 의료제도나 국민의 성향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왜 우리 국민들은 의사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의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면, 어떻게 열악한 의료계 현실을 극복하고 혁신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지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오늘날의 경제는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부를 쌓아가던 산
[청년의사 신문 배성윤] 혁신은 변화를 수반하며, 변화는 항상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낸다. 의료시스템이 의료혁신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질관리를 비롯한 의료시스템은 혁신의 속도에 맞춰 변화하지 못하고, 혁신으로 인해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주로 심장흉부외과 의사의 관상동맥우회술(CABG)로 치료받았던 환자들의 상당수가 이제는 심장내과 의사들이 하는 스텐트 시술을 받고 있다. 이러한 치료법의 혁신은 환자 관리를 담당하는 인력과 진료환경에 변화를 초래하고 이해관계의 갈등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질관리 문제를 낳는다. 게다가 새로운 기술과 상황을 접한 의료인력들은 즉흥적으로 대응하기도 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들의 습관과 진료행태를 바꾸기도 한다. 기
[청년의사 신문 배성윤] 지난 시간에는 세 가지 혁신 패러독스 중 첫 번째로, 효과가 의심되는 의료혁신이 빠르게 확산되는 반면, 효과가 기대되는 혁신인데도 임상현장에 좀처럼 도입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 살펴보았다. 혁신의 패러독스, 그 두 번째는 민주적 절차가 가지는 양면성에 관한 것이다. 즉, 지속가능한 긍정적 혁신을 위해서는 참여와 협력이 절실하지만, 이것이 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혁신에 필요한 지식을 갖추고 있거나 혁신의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켜야한다는 생각은 정치경제학자 찰스 린드블롬의 이론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이것을 ‘민주주의의 지혜(The intelligence of democracy)’라고 했다. 참여와 협동을 통한 의사결정과 실천은 잠재된 혁신의 발견 가능성을
[청년의사 신문 배성윤] 대체로 우리는 혁신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실 혁신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혁신은 갈구의 대상이면서도 골칫거리가 되곤 한다. 특히나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품질이 중요시되는 의료분야에서 혁신은 애증의 대상이다. 이른바 ‘혁신 패러독스’라고 불리는 혁신의 모순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세 가지 모순을 다루어볼 생각이다. 오늘은 그 중 첫 번째 패러독스로 효과가 의심되는 의료혁신이 빠르게 확산되는 반면, 더 나은 효과가 기대되는 데도 임상현장에 좀처럼 도입되지 못하는 경우를 이야기해보겠다. 왜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 것일까. 사실 원인은 너무나 다양하다. 효과가 의심되는 혁신이 빠르게
[청년의사 신문 배성윤] 경영여건이 날로 어려워지는 요즘, 병원 경영진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주위에 성공한 병원의 방법론을 재빨리 도입해보지만 성과가 보잘 것 없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혁신에 성공하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의 차이는 작지만 결코 시시하고 작은 문제가 아니다. 혁신에 성공하는 병원의 사소한, 그러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특징 세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는 혁신 과정에 대한 참여와 정보 공유가 매우 활발하다는 점이다. 직원은 물론 환자와 고객까지 동참시켜 발견해낸 아이디어는 책임이 맡겨진 몇 명의 머릿속에서 나온 발상에 비해 현실성이 높다. 자잘한 실패에도 금세 털고 일어나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강한 유대감의 형성은 덤이다. 혁신에 성공하려면
[청년의사 신문 배성윤] 최근 기획재정부는 기업 복지시설 투자 확대 방안을 내놓았는데, 그 중에는 사내 병원과 진료소 등이 추가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9월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사내 병원이 확대되면 의사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주변 개원가는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있으니 당연한 반응이지만, 필자는 의사들이 이 문제를 좀 더 거시적이고 대승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의료시스템 하에서 의사와 병원은 국민이 아파야만, 그리고 아픈 환자가 병원으로 찾아와야만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통합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국민의 효율적인 건강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국
[청년의사 신문 배성윤] 최근 병원 여기저기에서 의료서비스를 혁신하려는 노력들이 활발하다. CS 전담직원은 물론 코디네이터라는 정체모를 직업군이 서비스의 핵심인력으로 자리를 잡았고, 갖가지 신종 마케팅 기법까지 동원돼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다. 이런 서비스 혁신에도 불구하고 정작 환자들이 느끼는 핵심적인 의료경험에는 그다지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무엇이 문제일까? 의학과 기술이 발달하고 수많은 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료는 다른 모든 비즈니스에서 핵심으로 여기고 있는 일을 소홀히 하고 있다. 그 일은 바로 환자 혹은 고객이 바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일이다. 혁신에 실패하는 병원은 하나같이 의사들의 참여가 미흡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병원에서 가장 환자를 잘 이해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