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내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만성신부전환자의 식이 이야기


[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만성콩팥병의 치료와 관리에서 식이요법은 매우 중요하며 당뇨병에 의해 콩팥병이 온 경우에는 더욱 강조된다. 콩팥병이 동반되기 전인 당뇨병 초기 단계의 환자들은 당뇨식이 교육을 받게 되며 대부분 이에 따라 식사를 조절한다. 혈당 조절을 위해 본인의 칼로리에 맞춰 식단을 짜는데, 밥은 주로 잡곡밥으로 하고 반찬은 적절한 야채와 고기를 포함 단백질과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게 만든다.

갑자기 다리가 붓고 소변에 거품이 많아져 검사를 한 결과 만성콩팥병으로 진단을 받으면 새롭게 식이교육을 받는다. 식이교육을 받고 온 환자의 표정이 굳어져 이유를 여쭤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이전에 받은 당뇨식이 교육과는 정반대로 만성콩팥병 식이요법을 권장하니,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를 가르쳐 달라고 하신다. 진료를 보는 임상에서도 실질적으로 많이 부딪치는 사례이다.

2013년 대한신장학회에서 발표된 보고에 따르면 새로이 투석 치료를 받게 되는 말기신부전증 환자의 거의 절반인 48%가 원인 질환으로 당뇨병이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식이 교육에 있어 드물지 않게 이러한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75세 남자 김 OO씨는 5년 전 하지 부종으로 신장내과 외래에 내원해 검사한 결과 혈청 크레아티닌 2.0mg/dL, 공식으로 계산한 신기능이 35mL/min으로 만성콩팥병 3단계로 진단 받았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도 당뇨에 대한 식이조절을 철저히 하고 있었던 환자는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요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궁금해 했다. 식사, 운동, 금연 등 기본이 되는 내용을 설명한 후 만성콩팥병 상담 교실로 안내해 스케쥴에 따라 전문간호사와 영양사의 교육을 받게 했다. 환자는 식이 교육에 따라 매끼 섭취하는 것을 조절해 가며 운동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했다.

궁금한 것은 노트에 기록해 놓았다가 다음 외래 일정에 와서 물어보고 본인의 검사 결과도 철저히 확인해 잘 조절되고 있는지, 혹시 안되면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상담했다.

5년이 지난 최근 검사에서도 혈청 크레아티닌 1.8mg/dL, 공식으로 계산한 신기능이 39mL/min으로 만성콩팥병 3단계에서 잘 유지되고 있다. 혈당도 당화혈색소 6.6%로 잘 조절하고 있다. 만성콩팥병은 서서히 진행해 결국 말기신부전증으로 투석치료에 다다르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진행을 멈추게 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이 치료의 목표이다.

환자는 검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5년 동안 신기능 악화 없이 잘 유지되는 상태로 치료 목표에 잘 도달했다. 이는 환자의 철저한 식이요법과 운동, 꾸준한 약물치료의 효과로 본인 자신을 잘 관리했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철저한 관리에 대한 내용을 칭찬하면, 모두 교수님 덕분이라며 밝은 표정으로 큰 인사를 하면서 일어서는 모습에 쌓인 피로가 사라진다.

만성콩팥병의 경우 신기능 저하 정도에 따라 식이요법이 달라진다. 초기인 1~2단계 환자들은 원인 질환 위주로 식사 조절을 하면 되는데, 당뇨병이 원인인 경우에는 당뇨식이로 조절을 하면 된다.

하지만 3단계부터의 모든 식사는 신장식이 중심이 돼야 한다. 3단계 환자들은 염분, 단백질, 인 함량이 높은 식품을 주의하고, 진행된 단계인 4~5단계 환자들은 염분, 단백질, 인과 함께 칼륨 함량이 높은 식품도 주의해야 한다. 식이요법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환자의 영양상태와 신기능, 전해질 수치를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감시하면서 식이요법을 진행해야 한다.

김진국 교수는 1990년 순천향의대를 졸업한 신장내과 전문의로서, 하버드의대 신장내과 연수를 다녀와 현재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과장, 교육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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