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구의료원 호스피스센터장 면직된 김여환 가정의학과장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대구 지역 1호 완화의료전문기관으로 지정된 대구의료원 호스피스병동 ‘평온관’을 책임져 온 김여환 제3가정의학과장이 의료원 측으로부터 호스피스센터장직에서 면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평온관이 설립된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말기암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 온 김 과장에게 센터장 면직 통보는 의료원을 나가라는 의미라고 했다.

김 과장은 그동안 노인 모델의 얼굴로 통증 정도를 표현한 한국형 통증자를 개발하고 죽음을 앞둔 말기암 환자들에게 웃음을 찾아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대구의료원이 호스피스병동 운영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지난 9월 26일 평온관에서 만난 김 과장은 “다행”이라고 반기면서도 앞으로 이같은 일이 또 생길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리고 3일 뒤인 9월 29일 센터장 면직 처분을 받은 김 과장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울먹였다.


Q. 대구의료원 측으로부터 호스피스센터장직을 면한다는 말을 언제 들었나.

- 주말 동안(9월 27일과 28일) 의료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간호팀이라는 명의로 나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왔다는 걸 오늘(9월 29일) 알았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적혀 있어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오후 5시 50분쯤 총무팀 직원이 와서 센터장직을 면한다고 통보하더라. 내일(9월 30일)부터 일반외과 선생님이 센터장으로 근무할 거라고 했다. 내가 마음에 안 들었다고 해도 환자들과 이별할 시간은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더군다나 호스피스센터장을 새로 맡는다는 의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교육은 물론 경험도 없는 사람이다. 환자들을 생각했다면 이런 인사발령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Q. 간호사들이 호스피스병동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가 폭언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말도 안 된다. 그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금 호스피스병동에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들부터 그만두지 않았겠나. 2008년부터 7년 동안 함께 근무했던 간호사들에게 물어보라. 의료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누군지 짐작이 간다. 예전에 호스피스병동에 근무했던 간호사 중 한 명이 환자 보호자와 멱살을 잡고 싸우거나 의사가 처방하지 않은 약을 자기 마음대로 환자에게 주는 등 제멋대로 행동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수액을 환자에게 주사해 보호자가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문서화해 놨기 때문에 증거자료도 있다.

Q. 이런 일이 왜 생기는 것 같은가.

- 모든 책임을 나에게 돌리기 위해서다. 현 의료원장이 취임한 이후 계속 압박이 있었다. (의료원장이) 부임한 다음 해에는 이유도 없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했던 일도 있었다. 완화의료전문기관으로 처음 지정받아 정부로부터 지원금 5,000만원을 받았을 때 간호 인력을 충원하는 데 쓰려고 했지만 간호사가 뽑히지 않아 4,000만원 정도가 남았었다. 의료원장이 이 돈을 보건소와 연계된 호스피스교육 등에 쓰자고 하더라. 그래서 의료원 호스피스병동을 위해 써야 한다고 반대했었다. 올해 2월부터는 월급도 100만원 삭감됐다.

Q. 호스피스병동 운영이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 그동안 대구의료원은 장례식장 운영을 통해 수익을 충당해 왔다. 전임 의료원장 시절 호스피스병동 운영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걱정돼 장례식장 수익과 비교해 보고한 적이 있는데, 장레식장을 통해 적자를 메우면 된다면서 더 이상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 현 의료원장이 하도 적자 이야기를 하기에 장례식장 수익이 얼마나 되느냐고 자료를 달라고 했더니 공개할 수 없다고만 하더라. 장례식장 수익을 떠나서,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는 공공의료기관이 해야 할 일 아닌가.

Q.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 의료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에 대해서는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다. 이번 인사발령은 부당하기에 행정소송까지 검토 중이다. 하지만 사표를 쓸 생각도 하고 있다. 이 의료원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하지 못한다면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