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오는 9월부터 보건소를 중심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공표했다. 어떤 모형으로 어디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하고 있으면서도 움직임은 분주해 보인다. 의료취약지역 내 보건기관에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지역도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범사업 참여를 포기하기도 했다. 정부의 제안에 따라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더라도 지역주민의 만성질환 관리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당초 정부는 전라남도 신의군 신의면 보건지소가 운영하는 ‘행복의원’에 고혈압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50명에게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송수신 장치를 제공하고, 나머지 50명은 대조군으로 두는 방식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만성질환자 50명과 그렇지 않은 50명을 비교, 원격의료가 만성질환자 건강관리에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의원 관계자는 “정부가 제안한 시범사업 내용을 전부 검토해 봤는데 현재 여건에서는 의료기기를 설치하더라도 효과를 보기 힘들다”며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제안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실 송수신 장치를 통한 만성질환자 건강관리가 실제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송수신 장치를 제외하고 의사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과 비슷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당장 9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어찌됐든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실효성 여부에 대해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원래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급한 마음에 일단 시작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이라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달린 문제다. 그 근거 마련을 위한 작업인 만큼 어느 때보다 철저한 준비와 신중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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