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송도병원 송석규 진료부장 "치질의 최대 적은 스마트폰"

[청년의사 신문 김선홍] 우리나라 50대 이상 2명 중 1명이 남 모르게 또는 본인도 모르게 앓고 있는 병이 바로 '치질'이다.


서울송도병원 송석규 진료부장은 청년의사라디오 '나는의사다'에 출연해 남 모르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치질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송 진료부장에 따르면 치질은 치핵, 치열, 치루로 나뉘며 이 중 가장 흔한 질환이 바로 치핵. 항문외과를 찾는 환자 중 약 70%가 치핵 때문에 온다.

치핵은 항문 안쪽의 살이 들락날락 하는 증세를 말하는데, 항문의 내외부에서 배변 기능을 돕는 말랑말랑한 살(쿠션)이 어떤 자극으로 인해 부풀어 올라 생기는 현상이다. “대변볼 때 피가 났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대부분이 다름 아닌 치핵을 앓고 있다. 간혹 통증도 없어서 환자 스스로가 모르고 있을 때도 많다.

치루는 항문에 염증이 발생해 고름이 찬 상태로 방송인 노홍철이 앓고 있는 것도 치루다. 치열은 항문 내부의 점막이 찢어져 망가진 상태다. 둘 다 치핵에 비해 통증이 심하다.

치질 치료는 심하지 않은 경우 대체로 좌욕, 식이요법, 약물 복용 등의 보조적 요법을 쓰는 것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보조적 요법만으론 해결이 안될 때, 문제 부위를 삭히는 주사 치료나 문제 부위를 고무로 묶어 덜어내는 비수술적 요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증상이 개선이 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문제 부위를 잘라내고 봉합하는 수술로 넘어간다.

송 진료부장은 “치질 수술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항문은 굉장히 예민하다. 항문 본연의 기능이 망가지지 않도록 최소절개, 최소봉합 원칙으로 수술해야하고 수술 이후에도 잘 관리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치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진료부장은 “예전에는 화장실에 들어갈 때 신문을 많이 들고 가곤 했다. 요즘은 다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간다. 그러고는 웅크린 자세로 15~20분을 그냥 보내는 거다"며 "그러면 중력의 법칙과 함께 항문 또한 아래로 내려가려는 성질이 발동하고, 혈액순환이 안 된다. 이것은 치질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킨다”고 했다.

치질을 예방하기 위해 변기 위에서만큼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관심을 접어두고 신속하게 용무(?)를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은 송 진료부장의 ‘항문 질환 관련 Q&A’

Q. 털 많은 사람이 치질 걸릴 확률이 높다던데.

- 항문 질환과 털은 관계가 없다. 청결 문제와 많이 결부해서 생각을 하는데, 만약 털이 유독 많아 항문 주변이 청결하지 못하다고 해도 치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종기 같은 것이 생긴다.

Q.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치질이 잘 발생하나.

- 확률이 높다. 고시생, 택시, 버스 기사 등 오래 앉아 있으면 항문 주변 혈액순환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경우, 출근해서 하루종일 일이 끝날 때까지 잘 일어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1시간에 한번이라도 움직이고, 제발 화장실 가는 것을 참지 말라고 하고 싶다. 또, 쪼그려 앉는 자세가 특히 안 좋다. 야구로 치면 포수의 자세라고 생각하면 된다.

Q. 약국에서 파는 치질 약품을 써도 될까?

- 병원보다 약국을 찾는 게 수치심도 덜하고 간편할 것이다. 하지만 잘못 쓰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장기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가봐야 한다. 여성들은 특히 수치심 때문에 항문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항문도 눈과 귀처럼 하나의 신체 기관이다. 일부 병원은 여성 진료실이 따로 있는 병원도 있으니 참고하라.

Q. 치질이 심하면 암이 되나?

- 오해다. 치질 자체가 암으로 가진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치질이 암으로 발전했다고 보고된 바가 없다. 단지, 치질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원래 숨어있던 질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Q. 예방법으로 알려지는 ‘도넛 방석’이 효과가 있을까?

- 의학적으로 보고된 바는 없다. 하지만 항문이 불편하거나 수술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된다. 문제 부위가 눌리면 상처회복이 늦는 건 분명하다. 딱딱하거나 차가운 곳도 피하는 것이 좋다.

Q. 임신 중에는 치질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 호르몬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임신 중에 특히 그렇다. 변비도 더 심해지기 때문에 치질이 악화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임신은 계획 하에 하는 것이 좋다. 임신 전 치질도 반드시 확인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단 임신을 하고 나면 약물 치료도 어렵고 수술도 어렵다.

Q. 항문 괄약근 운동과 항문 질환이랑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 항문의 탄력을 위해서 좋다고 하지만 상관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는 없다. 하지만 치열 환자들에게는 좋지 않다. 항문이 멀쩡한 사람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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