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의 의료혁신을 위한 전략


[청년의사 신문 김형진]

컨설팅 얘기가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병원장들을 종종 만난다. 돈도 돈이지만 들인 노력에 비해 얻은 것이 너무도 작다는 푸념이다. 그리고 양념처럼 한가지 멘트가 따라 붙는다. “그 사람들 오히려 나한테 수업료 내야 해요, 오히려 우리가 그 사람들을 과외시켜 줬다니까.”

필자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할 뿐, 다른 토를 달지 않는다. 대부분 맞는 얘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짚어보고 싶은 부분이 있지만 차라리 뭍어두는 편이 속 편하다. 이미 지난 일, 잘잘못을 가려봐야 괜스레 속만 쓰리게 만들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필자도 한마디 거든다. “앞으로는 컨설팅 받지 않으시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아요.” 속으로 한 마디 덧붙인다, ‘제대로 받을 꺼 아니시라면….’

컨설팅은 과외와 비슷한 속성이 있어 성적이 쑥 올라갈 수도 있지만,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컨설팅이 독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진짜 선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병원 경험이 없는 컨설팅사들은이‘병원전략도 전략’이라며 컨설팅을 하겠다고 나선다. 축구감독을 잘 해냈으니 야구감독도 맡을 수 있겠다고 자신하는 격이다. 그 종목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인싸이트를 지닌 최고 감독이라야 팀을 이끌고 정상에 세울 수 있다.

둘째, 격에 맞는 돈을 써야 한다. 벤츠 S클래스를 일반 승용차 가격으로 사겠다 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 병원들 상당수는 일반 승용차 가격을 치르면서 벤츠 S클래스의 품격과 가치를 기대한다. 애당초 그러한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익의 논리로 움직이는 의료와 달리, 의료컨설팅 시장은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기에 돈을 치루는 만큼 가치를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일과, 적은 돈을 들여야 하는 일을 구분해서 맡겨야 한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 컨설팅을 잘 이용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일부 컨설팅사들은 ‘우리에게 맡기면 변화관리에서 실제 성과를 내는 데에 이르기까지 책임을 완수하겠다’는 감언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곤 한다. 족집게 과외 선생들이 학부모들을 유혹할 때나 쓸 방법이다. 병원 경영은 족집게 과외로 일시적인 중간고사 성적을 올리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병원은 ‘real world’속에서 올해도 살아야 하지만 십년, 이십년 후에도 여전히 살아 있어야 한다. 족집게 과외 선생은 학생을 좋은 대학에 보낼 수는 있지만, 세상을 제대로 살게 하지는 못한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병원이 살아내야 하는 곳은 대학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사실과 그 세상은 내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김형진 글로벌 컨설팅 및 회계서비스 기업인 KPMG에서 헬스케어 본부를 맡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병원과 다수의 종합병원, 전문병원을 컨설팅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환자중심으로의 진료조직 재구성과 서비스 디자인과 접목된 의료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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