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박기택] 게르베그룹 마샬 게르베 명예회장

보통 한 분야에 특화된 회사를 이야기할 때 ‘작지만 큰 기업’이란 표현을 쓴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 가운데 이러한 표현이 어울리는 회사를 찾기란 쉽지 않다. 국내 제약사들 중 대다수는 다수의 제네릭을 가지고 영업 활동을 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외국의 특화된 전문 제약사는 어떤 과정을 거쳐 글로벌로 도약할 수 있었으며,국내 제약사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최근 대한영상의학회 학술대회에 참가차 방한한 게르베 그룹의 마샬 게르베 박사(명예회장)을 만나 전문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게르베 그룹은 1926년부터 조영제 개발에 전념해온 전문회사로써, 현재 20여 개국에서 1,3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70여개 국에 지사와 에이전트를 두고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게르베 박사는 게르베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커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Q. 현재 게르베 그룹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과 규모는.

- 유럽시장에서는 전체의 25%, 그 외 지역에서 8%의 시장점유율 확보하고 있다. 특히 주요시장에서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게르베는 유럽시장에서 일등이, 그 외 지역에서는 영상의학시장에서 활약하는 주요 회사가 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중 한국은 현재 전체 조영제 시장의 5% 정도의 점유율을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보다 올해 매출이 28% 정도의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는 시장이다.

Q. 회사를 물려받을 당시 게르베는 어떤 상황이었는가, 또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게르베는 1901년 조부이신 마르셀 게르베 박사가 최초의 유기성 요오드 조영제인 리피오돌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조부는 약학계의 프로젝트 리더로 알려진 Laurent Lafay와 파트너쉽을 맺고 리피오돌을 개발 판매했는데, 이 제품은 천식과 림프체질 등의 수많은 질병을 고치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64년 아버지(앙드레 게르베)의 작고로 가업을 물려받게 됐는데, 당시 직원이 17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였다. 대표로 취임한 후 가장 먼저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데 힘썼다. 당시 우리 직원들은 대기업이지만 경쟁사였던 회사보다 20% 정도 낮은 봉급을 받고 있었다. 이를 인상하고, 교육과 훈련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Q.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우수한 제품들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다. 먼저 첫 제품인 리피오돌은 갑상선종(요오드 부족)과 류머티즘의 약물치료로 쓰였는데, 통증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조영제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조영제로 활용하기 시작해, 림프관 조영술의 명암대비 인자로서 불임을 치료하는데도 사용됐다. 오늘날에는 세포분열억제제와 같이 쓰이며, 종양을 치료하는데 쓰인다. 또 혈관조영검사를 위한 바서릭스(Vasurix), 담낭조영술을 위한 오라빌릭스(Orabilix) 등이 게르베의 이름을 알리게 해줬다. 이밖에 환자를 위한 안전한 조영제인 헥사브릭스, MRI 조영을 위한 도타렘, MRI정맥 조영을 위한 아티렘 등이 출시되면서 조영제 분야에서 리딩기업으로 올라섰다.

Q. 조영제 분야에만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

- 한때 (다른 회사에 대한) 인수 합병 제안이 많았다. 때문에 형제들 중 이를 고려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람이나 기업이나 모두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게 맞지 않나 싶다. 이를 위해 한 분야 집중하는게 다각화하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했다.

Q. 최근 관심을 두는 R&D 분야는, 또 주목할만한 제품이 있다면.

- 게르베는 전체 매출의 10%를 연구에 투자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뇌의 기전에 관심을 가지고 알츠하이머나 뇌 혈관 막힘 등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핵의학 조영제 개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이 주목할 만한 제품으로는 CT 조영제 제네틱스(바이알제제)가 플라스틱 백 타입에 담긴 '제네틱스 인 스캔백'이라는 제품을 꼽고 싶다. 이 제품은내년 출시될 예정인데, 친환경적인 제품이라는 점에서 각광을 받으며 유럽에서는 이미 시판 중이다. 아울러 조영제 주입기(injector)도 내년 후반기에 시판될 예정이다.

Q. 향후 조영제 시장을 전망해 본다면.

- 조영제 시장의 중요성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사람의 신체를 이해하는데 조영술만큼 좋은 기술은 없다. 이를 통해 인체의 활동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고, 질환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치료제의 반응과 효과를 바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신약 개발에도 도움을 주는 등 활용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박기택 기자 pkt77@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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