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국혁신당 비례 5호 김선민 후보의 국회 입성 각오
의대 정원 확대 정책 “핵심 빠져”…추진과정 “무도” 비판
“의대별 정원 배치 지역의료 붕괴 이어질 것 예상돼”

혼란스러운 의료계 상황이 의사들의 정치권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 나서는 의사만 15명이다. 의료개혁으로 인한 의료계와 정부 간 풀어야 할 실타래가 엉켜있는 만큼 ‘해결사’로 소환된 의료 전문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조국혁신당 비례 5번에 배치된 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정책 베테랑 중 하나다.

서울의대 졸업 후 예방의학을 택한 김 후보는 가정의학과와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지난 1999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을 지낸 뒤 심평원 상근평가위원, 기획상임이사를 거쳐 여성 최초 심평원장을 지냈다. 더불어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기술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의료 질과 성과(HCQO) 워킹 그룹’ 의장 등을 역임하는 등 국제무대에서도 전문가적 역량을 펼쳐왔다.

김 후보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심평원장 임기를 마친 후 지난해 9월부터 태백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으로 환자들을 돌봐왔다. 늘 “현장에 답이 있다”며 소통에 공을 들여온 김 후보는 의료개혁으로 가장 엄혹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의료계와 정부, 그리고 국민과 소통을 위해 국회 입성을 택했다.

김 후보는 “평생 쌓아 온 경험을 남김없이 쏟아 붓겠다”는 각오로 한국 보건의료 패러다임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후보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공공의료특별법을 추진하고 국민 간병비 부담도 해소해 나가겠다고 했다. 의료개혁이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완하고 협의를 이끌어내는데 힘쓸 계획이다.

조국혁신당 비례 5번 김선민 후보는 태백병원의 경험을 토대로 '공공의료특별법'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청년의사).
조국혁신당 비례 5번 김선민 후보는 태백병원의 경험을 토대로 '공공의료특별법'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청년의사).

- 정치 도전, 어떤 계기가 있었나.

사실 전혀 정치할 생각이 없었다. 더욱이 태백 주민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의사 구하기도 힘든데 제가 네 번째 공고에 응시를 해 태백에서 지내게 됐다. 굉장히 잘 적응하고 있었다. 일도 그렇고 태백살이도 물이 오르던 차였다. 그런 병원과 주민들을 떠나는 일이 미안해 오랜 시간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다.

처음 조국혁신당 영입 제안을 받고 며칠 동안은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보며 며칠 사이 마음이 바뀌게 됐다. 조국 대표가 태백으로 직접 오겠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막상 조 대표를 만나고 나니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충분히 정책에 담아낼 수 있는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매료된 것 같다. 변화의 물결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는 가슴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 국회 입성하게 되면 아마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될 정치 현안은 ‘의대 정원 확대’ 이슈일 것 같다. 정부의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정책과 그간 추진해 온 행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우선 의대 정원은 확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의 문제는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증원 목표가 지역이나 의사들이 쉽게 가려고 하지 않는 분야에 배치하기 위한 것인데 그런 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의사 전체 수만 늘려서는 효과적으로 의사들이 필수분야에 배치되진 않을 거라는 것이다. 결국 의대 입학 전 단계부터 졸업 후 지역에서 일정 정도 일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지역·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사가 배치될 수 있을 텐데 이런 방안이 전무하다. 공공의료 확충 전략도 빠졌다. 의료 인력 이외에 엄청난 시설과 장비를 필요로 하는데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는 전략이 전혀 없다. 때문에 의대 정원을 확대해서 도대체 어디에 쓸 건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도 심각하다.

의료정책을 처음 공부하기 시작한 게 1996년부터인데 그 이후에도 의약분업 등 엄청난 의료개혁들이 있어왔다. 그런데 이렇게 무도한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건 처음 본다. 의약분업 당시에도 정부가 정책 당사자로서 파트너 설득을 위해 협의하고 대화를 했지만 지금은 그런 과정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논의 과정에서 국민이 빠졌다.

- 의대별 정원 배치도 확정됐다. 적정 배치 결과라고 생각하나.

정부에서 의대별 정원 배치안을 발표한 후 정말 놀랐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조정해 지역으로 배치한다고 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나 다름없다고 봤다. 서울에 교육협력병원이 있는 의대들도 지역 의대로 봐야 하나. 전체 늘어난 2,000명 정원 중 정확하게 서울과 경기, 인천에 수련병원이 있는 의대들에 정원은 764명이었다. 서울을 ‘제로’라고 볼 수 있나. 처음에 정부가 왜 이렇게 2,000명을 고집할까 의문이었는데 이러려고 2,000명을 고집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렇게 되면 지역 의료 격차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의료 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 이어 교수들의 사직도 이어지고 있다.

선배 의사로서는 정확하게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미안하다. 그러나 사실 전공의들이 사직을 하고 병원 밖을 나서게 된 것에 대해 초지일관 염려스러운 생각을 갖고 있다. 과거 제 인생 역사에서도 이해관계를 놓고 대치할 땐 절대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게 소신이었고 지속해서 밝혀왔다. 의대 정원 확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설사 집단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에게 등을 돌리고 떠나면 이는 이익을 관철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그렇다고 정부가 잘했다는 건 더더욱 아니다. 정책의 한 파트너인 전공의들을 완전히 잘라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젠 1년 동안 전공의 없이 운영돼야 하는데 암 환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 2차 병원으로 가는 환자들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해결책을 묻지만 그럴 때면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전대미문의 사건 앞에서 우리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정말 걱정이다.

- 의료계와 정부, 그리고 국민까지 소통 고리들이 끊어졌다. 심평원장 시절 거대 조직을 이끌며 강조했던 것이 다름 아닌 ‘소통’이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도 소통 아닌가.

늘 현장 목소리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평원장이 되면서 직원들과 접점은 만들기 위해 돌아가며 식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젊은 직원들과 밥 먹는 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당시 얻은 아이디어로 심평원 원주 이전으로 독박 육아를 해야 했던 맞벌이 여성 직원들을 위한 ‘초등 돌봄 시범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 국면이 종료되면 가장 먼저 국민 목소리를 듣는 움직임이 있지 않겠나. 지금 심정으로는 선거가 너무 오래 남은 것 같아 걱정이다. 해결 의지를 가져야 할 사람은 전혀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애꿎은 환자들이 너무 고생하고 있다.

- 태백병원에서는 가장 젊은 의사였다고 들었다. 지역 공공의료를 깊이 들여다본 기회였던 것 같은데 어땠나.

사실 힘든 시간이기도 했다. 환자마다 사연을 짊어지고 온다. 알코올 의존증, 우울증, 가정폭력 등 태백은 참 슬픈 동네다. 직업병도 최근 들어 산업재해 카르텔로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직업병 판정 시 적어도 내가 하면 아닌 걸 아니라고 해도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직업병 신청하고 대기열이 줄었다고 환자들도 굉장히 좋아했다.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것들이 국회 활동에 하나씩 녹아들 거라고 본다.

- 국회 입성 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정책은 무엇인가.

지역의료는 태백에 가 본 사람 입장으로 공공의료기관 없이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태백병원이 기본은 하고 있다. 아프면 밤에 갈 곳도 없는 태백에 큰 규모의 공공병원이 없었다면 의사들이 그렇게 갔겠나. 의료진도 소신진료 한다. 동료 의사들이 굉장히 훌륭했다. 실력이 있으면서 불필요한 진료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태백병원 같은 지역 공공병원 없는 곳이 훨씬 많다. 이에 공공의료특별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노인 돌봄이다. 간병비는 기본 400만~500만원이다. 그러나 대책이 전혀 없다. 간병하다 사고가 나면 책임질 사람도 없고 환자와 간병인 간 사적계약이라 질 관리도 안 된다. 대책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노인 돌봄을 공식화하고 사회 보장 방식으로 바꾸고 싶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정도면 의지를 갖고 할 수 있다. 산업재해도 후퇴하지 않도록 챙기고 싶다. 중대재해처벌법 집행력도 강화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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