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한의료법학회 학술발표회서 법무부 질의응답 진행
법무부 “舊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달리 공익 더 크다 판단” 
사망사고 유가족의 처벌불원 의사 대리 제안에 “위헌 소지”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가 의료인의 의료사고 소송 부담을 줄이고 이를 통해 필수의료에 전념할 수 있게 하겠다며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을 내놨지만 현실과 괴리를 보인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한의료법학회 3월 월례학술발표회에서 법무부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을 설명하고 질의응답 하는 시간을 가졌다. 법무부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학회 등을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법무부 형사법제과 이정아 검사는 “제정안에 포함된 특례는 크게 반의사불벌과 종합보험 두 가지다. 반의사불벌 특례는 환자와 합의가 잘 이뤄질 경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으로, 책임보험 가입을 전제로 한다. 일반 상해나 중상해 같은 경우에 적용되며, 환자 본인이 사망한 경우는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합보험 특례는 종합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일반 상해는 특례를 적용해 기소되지 않고 수사 단계에서 바로 사건이 종결된다. 중상해의 경우 어떤 경우에나 전부 공소권 없음 처분 되는 건 아니고 필수의료 범위에 한해 공소권 없음 처분된다. 사망의 경우에는 필수의료 분야에 한해 형의 임의적 감면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형의 임의적 감면이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또는 의료분쟁조정법에 나와 있는 것과 비슷하게 일단 기소는 되고 형을 선고하는 단계에서 감경이나 면제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종합보험 특례 대상이 되는 필수의료의 정의는 응급의료법에 따른 ‘응급의료’와 중증질환, 분만 등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거나 난이도가 높은 ‘필수진료’로 구성되며, 법무부는 하위법령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정할 계획이다.

또 제정안은 ▲배상책임 판단 자료인 ‘진료기록 누락’ ▲감정‧배상 절차인 ‘의료분쟁조정 거부’ ▲설명의무 위반, 기타 중과실 등 ‘의학적 상당성을 현저히 결여한 경우’를 면책 제외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면책 제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반의사불법 특례와 종합보험 특례 모두 적용되지 않는다.

법무부가 공개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 설명자료.

법무부 “중재원 통해 환자 구제 충실…위헌 소지도 피했다”

이날 이 검사는 그간 제정안에 제기된 우려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 검사는 의료사고가 불기소 처분 되면 환자들이 피해 회복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환자단체 우려에 대해 “사고 원인을 전문적으로 조사‧감정하는 기관인 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의 조정절차에 참여해야만 형사처벌이 감면될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중상해 교통사고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것처럼 의료사고처리 특례법도 위헌 소지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헌재 결정을 충분히 검토해 위헌 소지가 없도록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검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대한 헌재의 결정은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사안에서 사익이 더 컸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은 입법 목적이 필수의료를 살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보호하려는 공익에 비해 매우 중대한 공익”이라고 했다.

이어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은 사망과 중상해가 발생하는 등 중한 결과가 있는 경우에 필수의료 과정에서의 의료사고로 범위를 한정하고,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형사 절차가 진행되도록 해서 치료 과정이나 피해 변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형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해 위헌 소지가 없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이 검사는 “의료분쟁조정법 내에 책임보험 가입 의무를 규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분쟁조정법과 동시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망 사고 미포함 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취지 무색”

이날 학술발표회에서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에 대한 추가 질문이 이어졌다. 지금의 제정안이 의료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으며, 특히 사망 사고 발생 시 특례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부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단국대 법학과 이석배 교수는 “의사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의료사고가 환자 사망인데, 특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의료인에게 큰 유인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 모임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유현정 변호사 또한 반의사불벌 특례 대상에서 사망사고를 제외하는 건 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며 사망 사고 시 환자 유가족의 의사로 처벌불원 의사를 대체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 검사는 “사실 복지부에서도 사망이 특례 대상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줬다”면서도 “다만 헌재의 결정문이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피해자 본인의 처벌불원 의사는 대체되기 어렵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우선 법안을 만들었는데 지적사항을 좀 더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고민 중에 있다”고 답했다.

울산대 의대 인문사회의학 김장한 교수는 “반의사불벌 특례의 전제가 되는 책임보험의 경우 배상액이 한정적인데 반해 각 과별 배상액은 상이하다. 산부인과 분만사고의 경우 10억원이 넘는다. 책임보험 보험료가 정해질 텐데 과별로 차등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필수과를 대상으로 정부는 어떤 역할을 준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검사는 “기본적으로 법무부는 형사 책임 관련 부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복지부가 의료분쟁 조정법에서 책임보험과 종합보험을 어떻게 설계할지, 비용 부담을 국가가 어느 정도 지원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연구 용역을 통해 보험 상품 설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환자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하지 않고 곧바로 한국소비자원에 소비자 분쟁 조정 신청을 하는 사례가 많으며, 중재원 각하 사건임에도 소비자원에서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이 검사는 “소비자원이 의료 사고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처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복지부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에 분쟁조정법 등에 관한 내용을 담아 우선 법률을 더 우선시한다는 조항을 만들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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