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채용 따른 조교 등 보조 인력·연구실 등 투자비용 대책 없어
지방 국립대병원들 “지금도 오겠단 인력 없어 붕괴 직전"
안덕선 교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끼워 맞추기 위한 정책” 지적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국립대병원 교수 정원을 1,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대책이 없어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국립대병원 교수 정원을 1,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대책이 없어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국립대병원 교수 정원을 1,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의료 현장에서는 “벼랑 끝에 몰린” 정부가 “즉흥적인 정책”으로 사태를 무마시키려 한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립대병원 임상·교육·연구역량 제고는 물론 의사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교수 채용에 따른 진료 보조 인력이나 연구실과 같은 물리적인 공간 등에 대한 투자비용 등 구체적인 대책이 없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9일 국립대병원 교수는 오는 2027년까지 현재보다 1,000명 더 증원하고 필요한 경우 현장 수요를 고려해 추가 보강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부 조사 기준 국립대병원 10곳의 교수 정원은 1,200~1,300명이다. 오는 2027년까지 현 정원의 2배가 늘어나는 셈이다.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부회장과 의평원장을 지낸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교수는 “너무 즉흥적인 행정이다. (의대 정원 확대로 전공의 집단사직 등으로) 사태에서 밀리니 벼랑 끝 전술 중 하나로 나온 것 같다”며 “기초나 임상에서 필요한 교수 추계도 없고 무엇 하나 정확한 게 없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필수과에서 교수를 채용하면 현재 상황에서는 그 진료과는 더 어려워진다. 벌어들이는 수입이 적으니 교수만 많아져서 인건비 감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1,000명의 교수를 늘리면 조교도 그만큼 뽑아야 하고 교수실과 연구실, 진료실 등 물리적인 공간도 필요하다”고 했다.

안 교수는 “기초의학교수는 지금도 부족하기 때문에 의사 아닌 사람들을 뽑겠다는 건데 연구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의사를 위한 양성교육 측면에서 보면 아닌 것 같다”며 “또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는 필수의료과가 아닌 소위 돈을 잘 버는 진료과 교수를 더 뽑고 싶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끼워 맞추기 위한 즉흥적인 정책이다. 이 자체로도 너무 문제가 많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방 국립대병원의 경우 인력 대거 채용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원을 전국 의대에 일괄적으로 배분할 경우 수도권에 분원이 있는 대학병원들이 인력을 빨아들여 국립대병원은 사실상 인력 채용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방 국립대병원 내과 A교수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지방은 필수과 의사도 못구해 붕괴되고 있다. 지금도 정교수 뽑고 싶어도 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자리가 남는다”며 “필수과 의사가 없어 신생아중환자실을 폐쇄하고 중환자실도 줄인다. 전문의 자체를 안 하고 미용성형으로 다 빠져 나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A교수는 “기초의학교수도 없어 못 뽑는다. 정부는 의사 출신이 아닌 교수들을 뽑으라지만 의대를 만들어 기초의학교수를 양성한 이유가 일반 생물학이나 화학, 물리학과는 기본 교육 방침이 다르기 때문 아닌가. 해부학과 병리학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A교수는 “전국 의대에 일괄로 정원을 늘리면 수도권 사립의대들이 인력을 다 가져갈 수밖에 없고 거기서 교수를 채용하게 되면 지방에서를 서울로 다 탈출한다”며 “수도권에 분원이 있는 의대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사람이 살지 않는 지방보다는 서울 병원에 투자하기 때문에 인력 유출은 자명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국립대병원 교수 정원을 늘린들 오겠다는 사람도 없고 인력 유출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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