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터너 저/강명신 역/청년의사/328쪽/2만6000원

의사는 일반인보다 번아웃에 걸릴 확률이 두 배나 높다. 평균적으로 주당 80시간 이상을 근무하며 만성 과로에 시달리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극심하다.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수 3명 중 1명이 번아웃으로 어려움을 겪고 이중 8%가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의사 번아웃의 원인은 무엇일까? 의사 개인의 문제일까? 신간 〈의사의 번아웃〉은 그 원인을 짚고 이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인 웨이크포레스트 의대(Wake Forest University) 마취통증의학과 제임스 터너 부교수는 의사들이 번아웃에 빠지게 되는 프레임을 근거를 통해 제시한다. 그리고 번아웃의 원인이 바로 무너진 의료시스템에 있다고 한다. 즉 의사들은 번아웃의 피해자인 셈이다.

저자 또한 번아웃의 피해자였다. 그는 전문의가 된 이후 여러 상을 수상했고 사업에서도 성공을 거두었으며 팟캐스트를 두 개나 진행하는 등 그야말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너무 많은 일로 스트레스에 압도당하며 번아웃에 빠졌다.

번아웃은 그의 가정생활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후 그는 코칭을 받게 됐고 이를 계기로 빠져나올 수 있게 됐다. 이후 번아웃된 의사를 돕기 위해 알파코칭익스피리언스(Alpha Coaching Experience)’를 열어 활동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번아웃에 직면했을 때 대부분의 의사들은 직장을 옮기거나 진료 외 수입원을 찾는 등 외부 환경을 바꾸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더라도 모든 이가 원하는 성취감과 행복감을 얻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의사의 번아웃을 유발하는 시스템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문제가 이어질 것은 뻔하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적어도 통제 가능한 개인의 상황과 초점을 개선해 ‘피해자’에서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방법을 배워보자고 권한다.

단순히 ‘마음먹은 대로 하면 번아웃에서 빠져나올 것이다’라는 틀에 박힌 주장이 아니다. 저자는 현 상태에 대한 올바른 진단을 내리기 위한 ‘생각 다스리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칭을 통해 영혼을 파괴하는 번아웃을 포함해 인생의 문제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의료의 현주소를 짚고 의사들을 번아웃에 걸리게 하는 시스템을 살펴보며 2부에서는 시스템의 문제가 의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다. 3부에서는 의사들이 번아웃을 극복하고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해 실제 코칭에서 가르치는 도구들을 알려준다. 4부는 의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패러다임을 소개한다.

저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도록 당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며 “당신은 무기력하지 않다. 당신은 충분히 상황을 헤쳐 나갈 만큼 강하고 용감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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