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평원 연구결과, 의대 4곳 기초 교수 부족
임상의학 분야도 의대 2곳 인증 기준 미달
임상실습교육 지원 부족도 문제로 지적돼

전국 40개 대학은 지금이라도 의대 정원을 2배 가까이 더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실시한 의대별 현황 파악 결과는 달랐다(ⓒ청년의사).
전국 40개 대학은 지금이라도 의대 정원을 2배 가까이 더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실시한 의대별 현황 파악 결과는 달랐다(ⓒ청년의사).

의과대학을 갖고 있는 전국 40개 대학은 추가 교육여건 확보 없이도 2025학년도부터 의대생 2,151명을 더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은 이들의 ‘희망사항’과는 거리가 있었다.

현재도 기초의학 교수가 부족하고 의학교육과 의료인문학을 가르칠 교수는 이보다 더 부족하다. 심지어 임상의학 분야도 교수나 전공과목 수가 기준 미달인 의대도 있었다. 임상실습교육 지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같은 의학교육 현실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발표한 ‘의과대학 교육 현황 파악을 위한 연구’에서 드러났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과제로 진행됐으며 최종보고서는 지난 2021년 12월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소속 기초의학 교수는 총 1,559명이다. 하지만 의대별로 격차가 커 기초의학 교수가 87명이나 되는 곳이 있는 반면 18명뿐인 곳도 있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인증원 '의과대학 교육 현황 파악을 위한 연구’ 최종보고서. 빨간 선은 의학교육평가인증 기준 중 기초의학 교수 수 최소 기준(ⓒ청년의사).
한국의학교육평가인증원 '의과대학 교육 현황 파악을 위한 연구’ 최종보고서. 빨간 선은 의학교육평가인증 기준 중 기초의학 교수 수 최소 기준(ⓒ청년의사).

특히 의대 40곳 중 4곳은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이 제시한 최소 기초의학 교수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증 기준에 따르면 의대가 확보해야 하는 기초의학 전임교수 수는 25명 이상이다. 이는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대 4곳은 기초의학 교수가 24명 이하였다. A의대가 18명으로 가장 적었으며 나머지 3곳은 각각 22명, 23명, 24명이었다. 기최의학 교수 최소 기준인 25명만 확보한 의대도 4곳이었으며 8곳은 26~30명이었다.

기초의학 교수가 가장 적은 A의대는 면역학과 생물물리학, 세포물리학, 유전학 분야 교수는 1명도 없었다. 이 분야는 전체 교수 수 자체가 적은 분야이기도 하다. 유전학 분야 교수가 총 53명으로 가장 적었으며 생물물리학 59명, 면역학 71명, 세포생물학 81명, 생리학 135명이다. 이에 전국 의대 40곳 중 25.0%인 10곳은 유전학 교수가 한명도 없으며 생물물리학은 11곳(27.5%), 세포생물학은 9곳(22.5%), 면역학은 6곳(15.0%), 생리학은 2곳(5.0%)에서 전임교수가 한명도 없었다.

의대 2곳, 임상의학 과목·교수 수 기준 미달

상대적으로 교수가 많은 임상의학 분야도 의대별로 격차가 컸다. 임상의학 교수는 총 9,669명으로 의대 1곳당 평균 242명이었다. 그러나 의대 40곳 중 2곳은 임상의학 분야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 미달이었다. 인증 기준은 임상의학 전공과목 총 20개 이상, 분야별로 1명 이상씩 총 85명 이상을 전임교수로 확보하도록 했다. 하지만 의대 2곳은 임상의학 전공과목 수가 적거나 교수 기준보다 적었다.

B의대는 임상의학 전공과목이 21개였지만 이를 가르치는 교수는 71명으로 최소 기준인 85명보다 적었다. C의대는 임상의학 교수는 212명이지만 이들이 가르치는 전공과목 수가 16개로 기준 미달이었다.

의학계 내에서도 교육 질 향상을 위해 강화할 분야로 꼽히는 의학교육과 의료인문학 분야는 인증 기준이 높지 않지만 이마저도 충족하지 못한 의대도 있다.

인증 기준에 따르면 의대에는 의료인문학 전임교수가 1명 이상이거나 전담교수가 3명 이상 있어야 한다. 전임교수는 해당 분야 전공자이고 전담교수는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의대 교수이면서 의료인문학 교육과정의 설계·진행·평가에 활발히 참여하는 사람을 말한다.

40개 의대 의료인문학 전임교수는 총 42명, 의학교육 전임교수는 총 62명이다. 의학교육 분야는 인력 기준이 낮아 모든 의대가 전임이나 전담으로 1명 이상 확보해 놓고 있었다. 하지만 의료인문학 분야는 교수가 한명도 없는 의대가 1곳 있었다. 특히 의료인문학 분야는 전공자인 전임교수는 없고 비전공자여도 되는 전담교수만 있는 의대가 15곳(37.5%)이나 됐다.

의평원 연구진은 “인문학적, 사회적 차원에서 건강문제를 연구하는 의학분야인 의료인문학을 전공한 전임 또는 전담교수 확보 정도가 매우 낮다”며 “관련 교수진 확충을 위한 교육정책 개발과 시행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임상실습교육 지원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강의실이나 실험실습실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모든 의대가 적절하게 갖추고 있었지만 임상술기실습이나 시뮬레이션 실습 지원을 위한 인적 자원은 부족했다. 의대생 100명당 실습지원 인력은 평균 0.65이며 전담인력은 0.41명이다.

연구진은 “학생 교육을 위한 행정·시설, 물품에 대한 관리나 유지 등 원활한 임상실습이 되기 위한 인적 자원이 매우 부족하다”며 “실습 관련 전담인력은 학생 100명당 평균 0.41명에 불과하고 인력 수도 의대 간 편차가 커서 전체 의대 실습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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