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 대표원장 인터뷰

척추 디스크(추간판 탈출증)는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고질병이다. 노화 등 퇴행적 변화 외에도 오랜 시간 모니터를 보며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는 탓이다. 탈출된 디스크는 자연스레 제자리를 잡아가기도 하지만 증상이 심하면 통증과 운동 능력 저하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척추 디스크 치료는 수술과 비수술 등으로 나뉘며 2000년대부터 인공디스크치환술을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문제가 된 디스크를 제거한 뒤 인공디스크를 삽입하는 시술이다. 척추관절 특화병원에서 지난 4월 종합병원으로 승격된 강남베드로병원의 윤강준 대표원장(이하 병원장)은 인공디스크치환술을 국내에 선제적으로 도입한 인물 중 한명이다.

이에 윤 병원장을 만나 지난해 척추 인공디스크치환술 5,000례를 달성한 강남베드로병원이 주목하는 척추 수술 트렌드와 해외 의료진 술기 교육 현황,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 병원장 모습.

신경외과 전문의인 윤 병원장은 척추 인공디스크치환술이 생소하던 시절 세계척추학회에서 우연히 이에 대한 발표를 들은 것을 계기로 척추 인공디스크치환술 전도사가 됐다. 특히, 많은 수술과 연구를 거듭하면서 환자의 치료 혜택이 큰 방식으로 수술 방법을 발전시켰다.

윤 병원장은 “도입 당시엔 새로운 수술이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금은 30~40분이면 수술이 끝난다. 그리고 해외에서 처음 고안됐을 당시엔 배 가운데 흉터가 크게 남았는데 미관상 좋지 않았다. 고민한 끝에 지금은 수영복을 기준으로 살짝 더 아래에서 배 양 옆을 작게 절개한다. 허리에 타월을 두르면 다 가려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윤 병원장은 삶의 질을 높이고 왕성한 경제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 장년층까지도 인공디스크치환술을 받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윤 병원장은 “일반적으로 65세까지도 인공디스크치환술을 추천한다. 일각에선 인공디스크치환술이 환자에게 부담이 되는 수술이라고 하는데 이는 수술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오히려 척추유합술이 인조 뼈를 집어넣기 때문에 염증 가능성이 높고 인공디스크치환술에 비해 수술 중 출혈량이 많다. 회복 속도도 인공디스크치환술이 더 빠르다”고 했다.

이어 “특히, 뼈와 뼈 사이 간격이 좁아진 환자들에게 인공디스크치환술을 권장한다. 척추유합술의 경우 인접부위 증후군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뼈 몇 개를 하나로 묶는 수술이기 때문에 오히려 수술 범위 외 다른 부위가 힘을 무리하게 받아 협착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람 몸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직립근을 보존할 수 있는 것도 인공디스크치환술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강남베드로병원과 윤 병원장은 척추 인공디스크치환술, 양방향척추내시경수술 등 최신 척추 수술법을 국내외 의료진에게 알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척추내시경 개발기업인 엔도비전과 ‘국제 척추 전문의 교육센터’를 개소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척추임플란트 개발기업인 엘엔케이바이오메드와 ‘국제 척추 수술 트레이닝 센터’ 설립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특히, 국제 척추 전문의 교육센터에는 태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 호주 등 다양한 국가의 의료진이 다녀갔다.

윤 병원장은 “척추 수술 경험이 많은 전문의만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술 노하우를 알려주면 금세 배워간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의료진의 방문이 잦다. 최근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수술법 교육을 진행했는데 처음 접근하는 의사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햇다.

이어 “과거에는 월 2~3회 정도 신청을 받았고 지금은 월 1회 교육을 신청 받고 있다. 한번 교육을 받고 나간 의료진이 고국으로 돌아가 입소문을 내 새로운 신청이 접수되는 경우가 많다. 멕시코 의료진의 경우 지금 대기자가 80명에 달한다”며 “일회성 교육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수료자를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일종의 홈커밍데이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공디스크 수술 노하우 담아 국산 인공디스크 개발할 것"

윤 병원장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척추 협착증 수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기존 현미경수술 대비 주목받고 있는 양방향내시경수술에 대해 설명했다.

윤 병원장은 “기존 현미경수술은 장비 특성상 굴곡진 곳을 볼 수 없었는데 내시경수술이 등장하면서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척추 협착증으로 고생하는 고령 환자에게 약물 치료를 통한 비수술 또는 내시경수술을 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약물 치료를 하더라도 문제가 되는 척추 구조를 개선시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시경 수술을 권하는 편이다. 기대수명은 길어지는데 강력한 진통제를 계속 먹는 것은 부담이 된다. 무엇보다 걷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너무 크기 때문에 수술을 권한다. 환자들에게 척추 내시경수술은 위‧대장 내시경보다 시간이 약간 더 걸리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고 했다.

윤 병원장이 국내 척추 환자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다음 스텝은 국산 인공디스크 개발이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과 함께 국산 인공디스크를 만들어 품질과 경제성을 모두 잡겠다는 포부다.

윤 병원장은 “그간 인공디스크치환술을 5,000례 넘게 했는데 뭔가를 남기지 않고 이대로 은퇴하기에는 아깝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집약시켜 인공디스크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1년 내로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필코 ‘K-인공디스크’ 개발을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