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등법원, 1심 판결 뒤집고 제주도 승소 판결
시민단체 "영리병원이 공공의료 훼손할 수 있다고 인정"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는 15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의 신중한 판결을 요구했다(사진제공: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는 15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의 신중한 판결을 요구했다(사진제공: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을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개설허가 하면서 '내국인 진료 제한'을 조건으로 제시한 게 정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행정부는 15일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제주도가 녹지병원 개설 허가 당시 조건으로 내건 ‘내국인 진료 제한 처분’을 다뤘다.

지난해 4월 1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제주도의 개설허가 조건인 내국인 진료 제한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제주도가 항소했고 광주고등법원은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재판부는 공익과 관련됐기 때문에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병원과 같은 영리병원에 대해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경우 보건의료체계의 주축을 이루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건강보험 의무가입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내국인 진료 허용 여부는 국민의 보건의료라는 중요한 공익과 관련된 문제에 해당하므로 허가 조건은 행정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제주특별법상 '외국인 전용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므로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는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했다. 이들은 항소심에 앞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영리병원 허용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은 영리병원이 공공의료체계를 상당 부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며 "그동안 제주도민과 국민들이 영리병원 설립이 공공의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법원이 확인해준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은 전후무후했던 영리병원 관련 재판 논란을 종식하는 기준점이 돼야 한다"며 "그동안 제주 영리병원과 관련된 판결은 재판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법 적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또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6월 22일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재취소했다. 녹지제주가 지난 2021년 8월 디아나서울에 병원 건물과 토지를 매각해 병원 소유권이 디아나서울로 이전됨에 따라 제주특별법의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녹지제주가 지난해 9월 제주도를 상대로 개설 허가취소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지법은 오는 3월 14일 이 사건에 대한 첫번째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다음 달 시작 예정인 두 번째 개설 허가 취소에 대한 취소 소송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제주도의 정당한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받아들이지 않고 개선을 지연한 책임이 녹지제주 측에 있는 데다 결국 병원까지 제삼자에 매각해 녹지병원이라는 실체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국회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추진하고 있는 강원 영리병원 관련 법안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며 "제주특별법의 모태가 된 경제자유구역법상 영리병원 허용법안까지 폐기돼야 영리병원 논란이 완전히 끝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녹지제주는 지난 2017년 8월 제주도에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영리병원 논란이 일자 2018년 12월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내국인을 제외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 진료만 허용하는 조건으로 개설을 허가했다.

이에 녹지제주는 지난 2019년 2월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제주도는 녹지제주가 정해진 기한 내 개원하지 않았다면서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녹지제주는 이에 불복해 외국 의료기관개설 허가 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해 1월 대법원 판결을 거쳐 최종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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