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학회, 전공의 정원 700명 확대…비수도권 360명 단계적 확대
박중원 이사장 “필수의료 중심 전문의 늘어야…내과가 가장 중심”

대한내과학회가 지역 간 의료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전공의 감축 정책으로 줄어든 인력을 다시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내과학회 강석민 총무이사와 박중원 이사장(ⓒ청년의사).
대한내과학회가 지역 간 의료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전공의 감축 정책으로 줄어든 인력을 다시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내과학회 강석민 총무이사와 박중원 이사장(ⓒ청년의사).

대한내과학회가 정부가 필수의료 대책 방안으로 내놓은 지방병원·필수과목 전공의 배치 확대 방안이 오히려 수도권 진료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간 의료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전공의 감축 정책으로 줄어든 인력을 다시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내과학회는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과 전공의 정원을 지난 2013년 정부의 전공의 감축 정책 시행 이전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과학회에 따르면 현재 내과 전공의 정원은 603명으로 전공의 정원 감축이 있던 이전은 700명 수준이었다.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 방안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율이 현행 6대 4에서 5대 5로 조정되면 수도권에 있는 전공의 인력 60명이 비수도권으로 배정돼 수도권 진료공백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내과학회의 경우 전공의 기초정원 603명을 수도권 361명, 비수도권 242명으로 배정하고 있다.

박중원 이사장은 “2013년부터 정부의 전공의 정원 감축 정책 시행으로 인해 내과도 전공의 정원이 10% 이상 줄어 과거 700명에서 현재 603명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2017년 수련기간을 3년제로 바꿨고 전공의 특별법에 의해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 80시간으로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점점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내과환자 진료 중증도가 올라가며 수도권조차 진료공백이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입원전담전문의나 응급진료전담 내과전문의를 두려는 병원이 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많은 대학병원에서 교수가 직접 응급실 환자나 중환자실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학회도 수도권 환자 쏠림을 완화시켜야 한다는데 적극 동의하고 비수도권 (수련병원) 전공의 육성에도 적극 찬성하는 상황이지만 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떼서 비수도권에 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차라리 지방 전공의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 적합하다”고 했다.

이에 내과학회는 전공의 감축 정책 시행 이전 700명 수준으로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늘어난 정원은 수련환경이 잘 마련된 지방 거점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했다.

내과학회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전문과목별 의사인력 수급 추계연구 보고서’ 분석결과를 제시하며 내과계의 경우 오는 2035년까지 전문의 1만 명 이상이 부족하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장기적으로 필수의료 중심으로 전문의가 더 늘어야 하며 내과는 가장 중심에 있다고 본다”면서 “내과는 정원을 과거 700명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 늘어나는 정원은 수련환경이 잘 마련된 지방거점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배정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비수도권 정원을 현행 242명에서 단계적으로 360명까지 올려야 한다. 현행 정부의 정책 정원을 30~70명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는 부분도 수련 여건이 좋은 병원으로 전공의 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학회와 상의해 주길 바란다.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는 보건복지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과학회는 의사 수 증원을 위한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과별 적정 전문의 수요를 기반으로 전공의 정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요지다. 전체 26개 전문과목의 총 전공의 정원이 3,186명으로 고정된 상황에서는 내과 전공의 정원을 늘리려면 타 과가 정원을 양보해야 한다.

강석민 총무이사는 “의대 졸업생 10% 정도는 의사 면허 취득 후 GP로 개업하고 취직해 피부·미용 분야에 종사한다고 한다”며 “단순히 의사를 늘린다고 현재 의료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현 의료체계 문제점을 파악한 후 개선하는 일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의대 정원 늘리는 건 반대다. 지금도 많다. 인구변화 등 하부구조를 고려한 (전공의 정원 조정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서울에 비해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 것도 동의한다. 하지만 이는 의료 서비스가 과잉인 곳에서 적극적으로 (인력을) 유도하는 게 맞다”고 했다.

전공의 수련교육 강화…“어느 수련병원서도 동일”

내과학회는 표준화된 전공의 교육체계 구축을 통해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과 수련기관별 교육 역량 차이로 발생하는 격차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체계화사업이 올해 3월 본 사업으로 추진됨에 따라 수련기관을 확대할 예정이다.

내과학회는 내과전문역량 평가를 신설해 15가지 항목을 통해 연차별 수련을 마치는 시점에 종합적 역량평가를 받도록 했고, 모든 핵심역량에 대한 평가 가이드라인을 담은 ‘내과 전공의 핵심역량 평가지침서’를 개발했다.

수련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수련프로그램평가위원회, 임상역량평가위원회, 내과전문역량평가위원회 등을 두도록 하는 ‘책임지도전문의와 지도전문의를 위한 내과전공의 수련지침서’를 개발했고, 전공의 개인별 역량중심 교육 수행 여부와 평가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지도전문의가 양방향 소통할 수 있는 ‘e-포트폴리오’를 개발했다.

올해 전체 수련기관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1, 2년차 전공의의 경우 반드시 참여해야 하며 3년차는 수련기관이 선택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내과학회는 장기적으로 e-포트폴리오와 전공의 기록(과거 전공의 수첩)이 통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지속적으로 재개정 작업을 통해 시대에 맞는 교육내용이 되도록 할 계획이며 교육 동영상도 계속 업데이트해 나갈 방침이다.

박 이사장은 “시범사업에 참여한 수련기관 전공의들과 면담 했을 때 새롭게 도입될 시스템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줬다”며 “스스로 공부하고 공부한 내용을 지도전문의에게 평가를 요청하고 평가 받는 과정이 익숙하지 않지만 체계적으로 수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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