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서 문신만 제외…반영구화장은 의료행위로
"문신은 예술행위, 반영구화장술은 의료행위"
안전 우려 여전…법·제도 공백에 혼란 커져

일본은 지난 2020년 최고재판소 판결로 비의료인도 문신(타투) 시술이 가능해졌지만 관련 입법이 더뎌 혼란을 겪고 있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일본은 지난 2020년 최고재판소 판결로 비의료인도 문신(타투) 시술이 가능해졌지만 관련 입법이 더뎌 혼란을 겪고 있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일본은 문신(타투)·반영구화장 시술 논란에서 한국 의료계의 든든한 아군이었다. 의료계는 비의료인에게 문신과 반영구화장 시술 길을 여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주장에 '일본도 아직 규제하고 있다'고 반박해왔다.

일본에서 반영구화장을 '의료아트메이크업'이라고 한다. '의료'라는 말이 붙는 만큼 의사나 의사 지시·감독을 받은 의료인만 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의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아 왔다.

문신 시술도 '바늘을 부착한 시술용구(머신 등)로 피부에 색소를 주입하는 행위'로 반영구화장에 준한다고 보고 무면허자가 시술한 경우 의사법 위반으로 처벌해왔다.

그러나 지난 2018년 고등법원격인 오사카고등재판소가 사상 처음으로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의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문신사(타투이스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2년 후인 2020년 열린 상고심에서 일본 대법원인 최고재판소 재판부는 이 판결을 확정했다. 의료행위인 반영구화장과 달리 문신 시술은 '예술행위'라고 규정했다. 기소된 문신사는 무죄가 확정됐고 일본에서는 비의료인도 문신 시술을 할 수 있게 됐다.

"문신 시술은 독자적인 역사와 예술적 의의 갖춰"

일본 법원은 반영구화장술과 문신 시술을 별개 행위로 구분했다.

오사카고등재판소는 반영구화장술은 “흉터나 반점 등을 감추거나 미용을 목적으로 눈썹과 아이라인, 입술에 색소를 주입하는 시술”로서 미용성형 범주에 들어가는 명백한 의료행위라고 했다.

미용성형은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정서로 인해 발생하는 열등감과 불만을 환자 신체를 교정해 해소하고 심신 건강을 추구하는 심미적 관점에서 의료행위”고 반영구화장술도 여기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반면 문신 시술은 “상징적인 요소이자 예술적 의의를 갖춘 전통적 풍속 중 하나로 의학과 달리 예술에 대한 지식과 심미적 기능을 요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표현 의지를 담은 예술행위라고 했다.

두 시술이 발전한 역사적 배경이 다르고 문신 시술은 의사가 아닌 문신사가 해온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반영구화장술을 포함한 미용성형은 "일본 도입 시점부터 의사가 담당했고 의사의 노력과 수련으로 전문화됐다"고 했다. 지난 1978년 미용성형을 담당하는 미용외과가 정식 진료과목이 되면서 의료인 양성 과정에 이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미용성형이 사회통념상 의료행위로 볼 수 있는 근거였다.

이와 달리 문신 시술은 “오래전부터 (일본의) 지역적 풍습으로 여겨지며 나름대로 (독자적인) 역사를 쌓아왔고 문신사라는 직역 역시 의사와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해왔다”면서 “의사가 의학적 지식·기능과 근본적으로 다른 심미적 요소를 수련해 문신 시술을 업으로 삼는 일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의사만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최고재판소도 항소심 재판부 해석이 정당하다고 봤다. 문신 시술이 반영구화장과 "같은 방법과 원리로 행하더라도 그 목적과 상황 등에 따라 (의료행위 여부는)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문신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나올 가능성이 낮은데도 문신 시술을 의사만 가능하도록 규정해 이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부정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최고재판소 재판부는 ”의사 양성 과정에 문신 시술에 필요한 (예술적) 지식과 기능 교육 계획이 없고 가까운 시일 내 문신사로서 활동할 의사를 배출하기도 어렵다. 문신 시술을 의사만 할 수 있는 행위로 두면 일본 내에서 문신 시술을 하는 사람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재판부는 ”문신을 통해 개인을 표현하고자 하는 수요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문신 시술을 의사만 독점적으로 가능한 행위로 규정해 (문신사의 시술을) 가로막는 것은 국민이 누려야 할 복리를 가로막는 것과 동일하다"면서 "보건위생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인 법규제가 필요하다면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사법적 논란 막 내렸지만 안전 문제 막을 입법 '공백'은 여전

최고재판소는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에서 배제했지만 보건위생상 위험에 대한 우려도 받아들였다. 문신 시술이 신체를 손상시키는 행위인 만큼 내용과 결과에 따라 상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를 방지할 "새로운 입법" 필요성도 적시했지만 관련 절차는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2022년 4월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품질, 유효성 및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법(약기법)'에서 규정한 의료기기에서 문신 시술에 쓰는 바늘과 머신 등을 제외했다. 미용성형시술 기기라도 문신용이면 의사 면허 없이 구매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똑같은 기기와 재료를 두고 용도에 따라 구매 자격이 달라지면서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후생성이 "관련 단체와 기관이 이용에 주의를 주도록 하라"고 했을 뿐 관련 제도나 지침은 부재하다. '일본타투이스트협회'가 후생성과 문신 시술 가이드라인 수립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영구화장술 분야도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술에 사용하는 기기나 방법이 동일한데 시술 목적만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아트메이크 전문 자격'을 두고 관리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일본에서 의료행위로서 문신을 둘러싼 논란은 사법부 판단으로 종지부를 찍었지만 입법·행정 공백으로 인한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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