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요암요③] 화학요법 넘어 면역항암치료 속속 도입
'바벤시오' 급여 논의, 암질심 통과 후 9개월째 제자리
박인근 교수 "바벤시오 OS 연장 효과 주목할만 해"

혁신적인 항암 신약의 개발, 유전자 기술의 발달에 따른 새로운 바이오마커의 발견 등 최근 항암 치료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 어느 분야보다 ‘맞춤형 치료’가 현실화되는 모습인 것.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국내 암 환자 치료 환경이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청년의사는 코리아헬스로그와 함께 4명의 국내 암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개최했다. 암 전문가들로부터 국내 항암 치료의 현실과 개선점, 그리고 필요한 환경 변화에 대해 들어보는 ‘암요암요’(암 전문가가 요구하는 항암 치료 환경 변화의 요점) 시리즈를 4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방광암 치료에 백금기반 화학요법이 표준치료로 사용된 지 십수년이 지났다. 이는 곧 다른 암종에서는 표적항암치료, 면역항암치료 등 온갖 혁신적인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방암광에서는 화학요법을 능가하는 치료법을 찾기 힘들다는 의미다.

최근 이런 방암광 치료 분야에도 면역항암제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백금기반 화학요법에도 질병이 진행된 환자에서 2차 치료에 표준요법으로 쓰이는가 하면, 수술이 불가한 환자에서 백금화학요법을 쓸 수 없을 때 단독치료로 쓰이기도 하고, 백금화학요법 후 치료반응을 보인 환자에서 질병의 진행을 최대한 유예하기 위한 유지요법 등 그 역할을 넓히고 있다.

국내의 경우 로슈가 개발한 항 PD-L1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이 방광암 면역항암요법의 출발점이었다. 티쎈트릭은 2상 임상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백금화학요법 치료에 실패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의 2차 치료'에 보험급여가 적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로슈는 티쎈트릭의 확증 임상시험에서 생존 혜택 입증에 실패하며,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2차 치료 적응증을 자진 취하했다.

티쎈트릭의 허가사항 취소는 MSD에 호재가 됐다. 방광암 2차 치료 적응증을 가진 또 다른 면역치료 옵션이 바로 항 PD-1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였기 때문이다.

키트루다는 티쎈트릭 의 방광암 급여 삭제와 동시에 그 자리를 그대로 이어받아 국내 유일한 방광암 2차 치료 급여 옵션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머크·화이자는 더 앞선 단계에서 면역항암치료를 시도했다. 지난 2021년 말 절제불가 방광암 1차 치료 유지요법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항 PD-L1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를 급여 신청 것이다.

바벤시오는 작년 4월 암질환심의위원회를 단번에 통과했지만, 이후 9개월째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바벤시오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약가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타 면역항암제에 비해 후발주자인 바벤시오는 국내 도입 시 희귀암인 메르켈 세포암 치료제로 최초 허가를 받았으며, 약가 결정이 무리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방광암 치료에 급여 확대 시 비용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수 밖에 없으며, 특히 2차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면역항암치료 비용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좌담회에서 박인근 교수는 바벤시오 유지요법에 대해 효용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백금기반 화학요법으로 치료 받은 환자에서 바벤시오 유지요법을 시행할 경우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21.4개월로, 최적 지지요법 외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환자(14.3개월)에 비해 7개월 이상 생존기간을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차 유지요법에 바벤시오를 사용할 경우 2차에서 키트루다를 사용할 수 없고,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 옵션도 제한돼 있지만, 면역항암제를 조기에 사용할수록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에 더욱 유리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다만, 현재의 바벤시오 약가를 고수하는 한 약가 협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입장에서는 키트루다 치료에 2배에 가까운 바벤시오 치료 기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인근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인근 교수

박 교수는 "바벤시오를 1차 유지요법에 쓸 경우 2차 치료에 키트루다를 못 쓰지만, 바벤시오의 사용기간은 약 4개월인 반면 키트루다는 절반에 불과하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에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벤시오 1차 치료 유지요법 허가의 근거가 된 3상 임상 JAVELIN Bladder 100 연구에서 바벤시오 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3.7개월이었으며, 키트루다 2차 치료 적응증의 근거가 된 3상 임상 KEYNOTE-045 연구에서 키트루다 투여군의 mPFS는 2.1개월이었다.

때문에 현재 바벤시오 약가와 용법에 따르면, 1차 치료 유지요법에 바벤시오를 4개월 동안 사용할 경우 약 3,000만원(60kg 기준)의 약제비가 소요되지만, 2차 치료에 키트루다를 사용하면 바벤시오 약제비의 3분의 1 정도가 드는 셈이다.

박 교수는 "(바벤시오 1차 유지요법 사용 시) 대조군 비교 PFS 연장 효과에 비하면 OS 연장 효과는 놀라울 정도"라며 "치료옵션이 별로 없는 분야에서 이같은 결과는 상당히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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