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봉 자보심사센터장 “첩약·약침 등 심사기준 없어 고민”
보험사 ‘지급보증현황 통합 시스템' 구축 필요성 제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를 잡기 위해 비급여 문제에 고심하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를 잡기 위해 비급여 문제에 고심하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급증하는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심사기준이나 의학적인 근거를 찾기 힘든 비급여 분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평원 이연봉 자동차보험심사센터장은 4일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자보 한방 진료비 심사를 강화하고 비급여 수가 기준을 개선하는 등 제도 정비를 추진한 결과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주요 진료비 증가 요인에 대한 정밀분석을 통해 ▲장기입원 ▲첩약 ▲약침술 등 항목별 집중심사를 수행하는 등 심사 기능을 강화했다.

또 진료비 주요 증가 요인인 입원료의 적정화를 위해 교통사고 환자의 염좌와 긴장 등에 대한 입원료·상급병실료 심사지침을 신설했고, 수상일 12주 후 처방되는 첩약 등에 대한 지침을 개선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한의과 관련 ▲경미상병 입원 인정 여부 ▲추나요법 동시 시행한 약침술 인정 여부 등 23건의 사례를 공개해 의료기관이 적정 진료비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상급병실료 인정기준 심사지침’이 지난 4월 시행된 이후 한의과 입원 진료비 청구금액은 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병실료 인정기준 심사지침 신설 후 진료비 청구 현황(자료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급병실료 인정기준 심사지침 신설 후 진료비 청구 현황(자료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지침 신설 이전인 지난 3~4월 청구금액은 해당 지침이 시행된 직후인 5~6월 청구금액 보다 49억원 줄어든 840억원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청구금액이 한의원보다 2배 이상 높은 한방병원의 감소율은 심사지침 시행 이후에도 한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의원은 같은 기간 11.9% 감소해 258억원을 기록한 반면 한방병원 감소율은 2.4%(583억원)에 그쳤다.

이에 자보센터의 심사방법론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방 비급여 항목의 경우 심사결정 근거가 되는 명확한 심사기준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 이연봉 센터장은 증가하는 자보 진료비를 줄이기 위해 심사방법론에 대한 전체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 이연봉 센터장은 증가하는 자보 진료비를 줄이기 위해 심사방법론에 대한 전체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현재 심사방법론에 대한 전체적 고민이 필요하다”며 “건강보험에서 비급여로 적용되는 첩약이나 약침 등은 심사기준이 거의 없고 의학적 근거를 찾아보기 상당히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400년 전 동의보감이나 현대화된 이후 임상연구 활용할만한 사례가 많지 않다”며 “국토교통부 분쟁심의위원회에서 첩약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시행했으나 향후 첩약이나 약침에 대한 개선방향성에 대한 제언을 담지 못했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그럼에도 심평원이 갖고 있는 청구데이터나 전문가 의견에서 운영되고 있는 보험기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참고할만한 사료적 가치가 있는 부분들을 찾고 있고 청구데이터 관점에서 분석해 제도적 개선점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고민이 되고 나면 관련 이해관계자들과 토론하며 제도적 개선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증상 경미한 교통사고 환자 모호한 '정의·분류' 고민

교통사고로 경미한 손상을 입은 환자도 고민이다. 지난 5월부터 교통사고 경미 손상환자의 입원 제한이 시행되고 있지만 ‘경미환자’에 대한 정의·분류가 모호한 상태다.

보험업계에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에서 정한 상해등급 12~14등급을 경미상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이는 보험금 한도금액을 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진료비 심사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자보 진료비 심사 영역에서는 교통사고로 인한 단순 염좌와 긴장 등 상병을 주로 경미 상병으로 판단해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입원은 ‘교통사고환자의 염좌 및 긴장 등에 대한 입원료 인정 기준’에 의거해 청구된 상병, 진료내역과 첨부된 진료기록부 등 자료를 참조해 사례별로 심사가 이뤄진다.

이에 이 센터장은 외래 진료만으로 충분한 치료효과가 있는 타박상, 염좌 등 경미상병은 외래진료를 충분히 보장함으로써 입원으로 인한 진료비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심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센터장은 “심사수탁 이후 약 10년간 진료비 증가원인을 살펴보면 경미환자의 입원진료 경향성 증가, 특히 한의원 입원 증가와 첩약, 약침 등 비급여 진료의 일률적 조제와 처치, 진료사실이 없거나 사실과 다르게 높은 비용으로 청구하는 각종 침술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국민이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는 자동차보험료가 합리적으로 지출되고 있는지를 관리하는 것은 심사기관의 심사만으로 100%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며 “환자, 의료계, 손해보험사, 심평원, 국토부 등이 다함께 노력해야 부적정한 지출 낭비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경미상병에 대해 의료계 등 전문가들과 경미상병의 정의·분류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외래 진료만으로 충분히 치료효과가 있는 경미상병은 외래진료를 충분히 보장되도록 심사하겠다. 의료현장에서도 환자의 증상, 상태 등을 의학적 관점에서 면밀히 판단하고 환자 상태를 고려한 진료를 해 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또 이를 위해 의사의 치료방향을 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진료지원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학적 판단에 더해 종합적 치료방향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급보증현황 통합 시스템'(가칭) 구축이 그것이다.

이 센터장은 “손해보험업계에서 지급보증현황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기관에 공유할 수 있다면 개별 의료기관에게는 치료방향 결정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미상병으로 4주 이상 진료가 필요한 경우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 했지만 입원과 외래 진료방식에 따른 보상기준이 달라 (입원) 진료를 선호하게 하는 것인지 손보업계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중증질환은 환자 생명과 기능회복 관점에서 충분한 진료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되, 경미질환은 의료 낭비 여부를 면밀히 살피도록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진료비 증가요인별 분석기법을 개발해 심사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심사방식 자체를 재구조화하는 등 시스템을 정교화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한방 비급여 영역 '의학적 근거 정립' 프로세스 추진해야"

이 센터장은 자보 진료비 증가가 두드러지는 한의계를 향해 한의학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자배법 하에 의학적 기반과 환자별 상태를 고려한 적정 진료와 진료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진료기록과 진료비 청구가 일상화 될 수 있도록 대한한의사협회 차원에서 적극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첩약, 약침 등 자보에서만 별도 보상하는 비급여 진료영역에 대해서는 국민의 신체변화, 질환의 다양화, 환자안전을 위해 적응증, 치료방법 등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정립하는 프로세스를 신속 추진해 한의학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했다.

또 “입원실을 운영하는 한의원이 모여 지난 9월 발족한 ‘대한한의입원치료협회’가 일부 한의계의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 아니라 한의협의 한의학 정상화를 위한 고뇌에 큰 보탬과 함께 자보 환자의 진료권과 건강권 증진,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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