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의사협회 이태연 자동차보험위원장
"제도 개선해 의과 위축-한방 과잉 행태 바로잡겠다"
"의협 참여 자체 의의…자보 잡아야 다른 피해도 막아"

대한의사협회가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에 다시 참여한다. 지난 2014년 자보심의회 탈퇴 후 7년만이다. 지난해 5월 발족한 의협 자동차보험위원회가 앞장섰다. 회원 권리 구제와 "한방 과잉진료에 따른 진료 왜곡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의료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보 진료비 심사를 맡고 의협이 자보심의회를 떠난 사이 의과와 한방 심사지침 형평성이 악화됐다고 보고 있다. 의과가 심사지침에 맞춰 경증환자를 통원 치료하고 입원병상을 축소한 반면 한방은 '호화 1인실' '호텔 입원실'을 앞세워 이들 경증환자를 대거 흡수했다.

한방 분야는 자보 진료수가와 세부 인정기준도 미비하다. 첩약 적정 처방 기준은 물론 약침술이나 추나요법, 한의과 물리요법은 구체적인 횟수 제한이나 인정 기준이 명시되지 않았다. 의과가 "건강보험보다 더 빡빡하다"는 심사기준에 위축된 사이 한방은 급속도로 팽창했다

이는 심평원이 공개하는 통계 수치로도 드러난다. 한방 자보에서 비중이 가장 큰 첩약 진료비는 지난 2014년 747억원에서 2019년 2,316억원으로 210%가 증가했다. 의과 자보 진료비는 지난 2018년 1조2,623억원에서 2021년 1조787억원으로 14.54% 감소했지만 한방은 같은 기간 83% 급증했다. 지난 2021년 한방 자보 진료비는 1조3,066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의과를 뛰어넘었다. 한방 진료비 급증에 정부도 고민하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관련 기사: 자보진료비 증가 원인 ‘한방 비급여’ 해결에 고심하는 심평원).

의협 자보위는 이런 진료 왜곡 현상을 바로잡겠다는 목표로 의료계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다. 1년여 활동에서 상당한 성과도 거뒀다. '호화 1인실' 규제를 위한 진료수가기준 개선안 도출을 이끌어냈다. 심평원, 국토부와 소통하며 지나치게 강한 의과 심사지침 개선을 모색하는 한편, 의과와 치과, 한의과에 따라 개별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를 비롯해 9개 의사회도 자보 정책 개선 추진 창구를 의협으로 단일화하고 자보위에 힘을 실었다.

의협 이태연 자보위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임시회관에서 의협 출입기자단과 만나 활동 성과와 앞으로 계획을 밝히면서 "자동차보험이 전체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은 규모 이상이다. 불합리한 제도가 전체 의료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고 한의과에서 비롯된 진료 왜곡을 고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정형외과의사회장을 맡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자보위 간사인 의협 이성필 의무이사 겸 보험이사도 함께 했다.

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위원회 이태연 위원장(왼쪽)은 지난 14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만나 불합리한 자동차보험 심사 기준과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위원회 이태연 위원장(왼쪽)은 지난 14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만나 불합리한 자동차보험 심사 기준과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의협 자동차보험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지났다.

의협이 자보 문제에 다시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됐다는 자체만으로 의의가 크다. 성과로는 우선 자보위 건의로 오늘(14일)부터 자동차보험 진료수가기준 개선안이 시행됐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일반병실 예외규정을 악용해 상급병실료를 청구할 수 없게 됐다. 한의원 '호화 1인실' 입원 폐해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손해보험사에 소송당한 회원을 지원해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것도 큰 성과다. 간호조무사가 상주하는 경우 입원료 산정을 할 수 없도록 했던 심사지침을 산정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 의협이 자보심의회에서 탈퇴한 뒤 자보 분야에서 제대로 목소리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심평원이 자보 심사를 맡고 의협이 자보심의회에서 사퇴한 후 의과 자보 진료가 위축되고 한의과는 기형적으로 급증하는 폐단이 생겼다. 그러나 자보심의회 불참만 문제가 아니다. 심평원 위탁 이후 의과와 한의과 심사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면서 자보에서 의과 입지가 좁아졌다.

- 한방 과잉진료 문제에 대해 심평원과 의견 공유가 이뤄지고 있나.

국토부 주관 자동차보험 상급병실 개선 관련 간담회나 심평원 주관 자동차보험심사조정위원회에서 의협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과잉진료 원인인 의과와 한의과 심사지침 불균등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 의·치·한 개별 가입 등 제도 개선도 요구했는데 진전은?

아직 국토부 답변은 없다. 앞으로 계속 의견을 개진하고 협의해 나가겠다. 의료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자보 진단명별로 의과와 한의과 치료비와 치료기간을 분석할 계획이다. 의과와 한의과 차이가 드러나면 한의과 과잉진료 문제가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내년 초 발표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 경미손상 환자 정의와 분류가 모호하다는 지적에 심평원이 의료계 등 전문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경미'한 정도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 인체는 기계가 아니라 똑같은 충격을 받아도 나이와 성별,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손상 정도도 다르다.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의사 진료권 침해라고 볼 여지도 있다.

시행되면 한의과는 물론 의과도 규제와 피해가 클 것이다. 의료계와 반드시 협의해 체계적이고 적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의사 판단하에 결정한다는 단서를 둬 의사 진료권 침해도 예방해야 한다.

-심평원이 한방 비급여 영역 의학적 근거 정립 프로세스를 추진하기로 했는데.

한의과 일부 행위와 첩약 등에 대한 명확한 의학적 근거 확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심평원은 자보와 건보 중복청구 점검 주기를 월 단위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자보 지급 후 중복청구 비율은 전체 자보 청구 건수 0.1% 수준이다. 일부 고의적인 기관은 자정해야 한다. 그러나 자보 진료 당일 만성질환 등 건보 진료도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 중복청구 점검이 의료기관 업무 부담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의과 자보 심사기준 중 개선이 필요한 영역은.

건보보다 심사기준이 까다로운 점은 고쳐야 한다. 자보는 피해자가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있다. 그런데 신경차단술처럼 건보에선 문제 없는데 자보는 2주 이내 적용하면 삭감되는 사례가 많다. MRI나 CT도 치료 후 1~2주 이상 환자 상태를 본 뒤 하게 돼 있다.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국토부에 진단 검사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자보 규모에 비해 파급효과가 크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진단 부분은 급여화할 때 금액을 대부분 자보나 산재보험 기준을 우선 채용한다. 자보나 산보가 규정한 금액을 건보에서 엉뚱하게 달리 정할 수 없다. 충격파 치료비가 현재 4~5만원 선으로 책정돼 있다. 급여화되면 이 금액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보 진료비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의료계 미치는 파장은 그보다 크다. 자보 파급력을 조절해야 의료계 다른 부분에 미치는 영향에도 대응할 수 있다. 의료계와 의협이 자보 분야에 조정력을 갖춰야 회원을 보호하고 국민이 건강한 진료를 받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자보 문제에서 의협 차원 대응이 부족했던 점은 사실이다. 앞으로 회원 권익 보호는 물론 진료 왜곡에 따른 국민 피해 예방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 불합리한 제도와 기준을 개선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