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휴머니스트/296쪽/1만8000원

병원은 환자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성소수자는 병원을 가릴 수밖에 없다. 여전히 만연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때문이다.

특히 병원에서 겪는 차별은 건강과도 직결되지만, 국내 의료환경은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의사들도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 의료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지난해 서울의대는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 강의를 개설해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성소수자 의료를 교육을 시작했다.

강의 개설에 참여했던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가 국내 최초로 성소수자 의료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신간 ‘차별 없는 병원’을 발간했다.

이 책은 의료인이 성소수자 환자를 진료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의료 가이드로 활용할 수 있다.

1장에서는 성소수자의 다양한 정체성과 관련 용어를 소개하고, 그들이 의료현장에서 겪는 차별 사례를 정리해 의료인이 성소수자를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다. 2장에서는 성소수자의 성적지향성과 성별정체성에 대한 의학계의 시선을 정리했다.

3장은 한국 성소수자의 건강에 대해 연구한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의 연구를 중심으로 성소수자의 건강격차와 의료 접근성을 살펴보며, 4장에서는 성소수자 친화적 의료기관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다.

5~11장은 의료인이 성소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정보를 수록했다. 성소수자의 정신과 진료, 성 건강, 감염병, 건강검진, 트랜스젠더의 호르몬치료와 성확정 수술, 아동·청소년 성소수자 상담 등을 소개한다. 실제 성소수자 환자를 진료한 의사들이 집필해 임상 정보뿐 아니라 의료 현장의 경험까지도 생생하게 담아냈다.

마지막 12장은 의료인과 예비 의료인을 위한 성소수자 의료 교육과 해외 성소수자 교육 커리큘럼, 서울의대 성소수자 의료 교육과정 개설 경험 등을 소개하며 성소수자 의료를 준비하는 이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부록으로 실제 강의에서 활용했던 성소수자 진료면담 시나리오를 수록해 의료인이 성소수자 진료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들은 “성소수자 의료와 관련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하는 책이다 보니 필자들의 노력에도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책이 국내 성소수자 의료를 확산하고, 궁극적으로 성소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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