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교수협 주최 정견발표회, 분원 소속 교수들도 접속
후보 5명 모였지만 '버퍼링'에 목소리도 제대로 안들려
"온라인 발표 중 최악, 비공개로 진행하길 잘했다" 비판

서울의대교수협의회는 지난 3일 서울대병원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5명이 참여하는 정견발표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하지만 생중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불만이 속출했다. 
서울의대교수협의회는 지난 3일 서울대병원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5명이 참여하는 정견발표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하지만 생중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불만이 속출했다.

"이게 서울대병원 현주소다", "이렇게 최악인 경우는 겪어보지 못했다", "서울대병원 일원으로서 부끄럽다".

사상 처음으로 열린 서울대병원장 후보자 정견발표를 온라인으로 지켜본 서울의대 교수들이 실시간으로 터트린 불만이다. '못 참겠다'며 중간에 나가버린 교수들도 많았다.

후보자들이 발표한 내용 때문이 아니다. 정견발표회인데 후보자들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지난 3일 서울의대교수협의회가 주최한 온라인 정견발표회를 지켜본 서울의대 교수진에 따르면 중계 내내 화면이 끊기거나 수 초 이상 화면이 정지하는 일이 계속 발생했다. 이 때문에 후보자들의 음성이 토막토막 송출돼 발표 내용 파악조차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한다. 교수들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후보자 5명의 정견발표가 끝날 때까지 '버퍼링'은 계속됐다.

이날 정견발표는 서울대병원 역사상 첫 시도로 개최 전부터 병원 안팎에서 화제를 모았다. 평일 오후였지만 한때 160명 이상 접속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원장 추천권을 가진 병원이사회 소속 서울의대 김정은 학장도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는 아니었지만 후보자 5명 모두 참석했다. 본원인 서울대병원에서 출마한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순환기내과 김용진 교수, 마취통증의학과 박재현 교수, 분원에서 출마한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한호성 교수와 보라매병원 외과 정승용 교수다. 동료 교수에게 서울대병원 경영 청사진과 비전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다. 여기에 겸임 교원 처우, 분원 운영, 공공의료 등 주요 현안도 다뤘지만 예기치 못한 '송출 사고'로 그들만의 토론으로 끝났다.

온라인 플랫폼 ZOOM으로 진행된 서울대병원 원장 후보자 정견발표회 생중계 화면(ⓒ청년의사).
온라인 플랫폼 ZOOM으로 진행된 서울대병원 원장 후보자 정견발표회 생중계 화면(ⓒ청년의사).

사회를 맡은 의대교수협의회장 권성택 교수(성형외과)는 발표회 마무리 과정에서 "전날(2일) 테스트를 마쳤는데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몇 달간 공들인 자리였기에 '불의의 사태'에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날 영상 전문 업체가 촬영한 발표회를 고화질 영상(VOD)으로 서울대병원 내부 플랫폼에 게재하겠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실망도 컸던 교수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생중계를 본 서울대병원 A교수는 발표회 종료 후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공개였으면 큰일 날뻔했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A교수는 "(교수들이) 민감한 내용이 나올까 봐 비공개로 하자고 했는데 그 민감한 내용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고도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B교수는 "이번에 분원에서 서울대병원장 후보가 나와서 기대하는 분위기가 아주 없지는 않다. 본원 교수도 모인 흔치 않은 기회인데 이렇게 마무리돼서 아쉽다"고 했다.

두 교수 모두 추후 제공되는 VOD 영상은 "보지 않겠다"고 답했다. "원장 당락에 아무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이형기 교수도 이날 본인 SNS에 "발표회를 듣다가 중간에 그냥 나왔다"면서 "아쉬울 게 없다. 일반 교수는 투표권도 없고 어차피 대통령이 낙점한 사람이 (원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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