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재원 의료기관 부담 없애고 국가 100% 부담 추진
10억~15억원대 소송 규모 비해 최대 3000만원 보상은 한계
보상액 일본은 우리 10배 수준…"보상 규모 자체 확대해야"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 재원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방안이 추진되지만 일선 현장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관련 소송 규모가 수억 원대 이르는 상황에서 수천만 원 수준인 보상 한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는 의사의 무과실에도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모·신생아 사망과 뇌성마비, 태아 사망사고에 최대 3,000만원까지 보상하는 제도다.

이 보상 재원을 국가가 100% 부담하도록 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을 통해 발의됐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재원 전액을 국가가 부담해 임신·출산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이런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 재원은 국가가 70%, 분만 의료기관이 30% 분담해왔다. 산부인과는 분만 인프라 유지를 위해 국가 책임 확대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제도가 실제 효과를 보려면 3,000만원 수준인 보상 한도 자체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이날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법안 발의 자체는 환영하지만 분만사고 관련 소송 규모를 봤을 때 보상 한도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경기도 안성시에서 마지막까지 분만실을 운영하다 지난해 말 닫았다.

김 회장은 "분만사고 관련 민사소송 청구 액수가 대개 10억~15억원에 이른다. 산부인과 의사가 아주 미세한 과실만 잡혀도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는 보상하라는 판결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한 보상 취지는 의사와 환자·보호자가 소송 등을 거치지 않고 빠른 시간 내 서로 간 피해를 복구하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본다"며 "그러나 환자·보호자 입장에서 소송을 진행해서 최소 1억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3,000만원까지만 보상하는 제도가 그 취지를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국내보다 앞서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한 일본이 신생아 뇌성마비에 국가 재원으로 3,000만엔(약 2억9,720만원)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상 규모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법안 취지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동안 산부인과의사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인 만큼 분만 인프라를 지키기 위해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라 할 수 있다"면서도 "무너지는 분만 인프라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법안이 제대로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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