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 의사과학자 양성안 제안
“낮은 수가로 격무 시달리는 의료진, 병원 수입원 다양화 해야”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려면 자체 연구 능력을 갖춘 의과대학 2~3곳을 연구중심 의대로 전환해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의사들이 중개연구를 통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연구하는 의사’가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는 최근 발행된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출처: KAIST 홈페이지)
KAIST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출처: KAIST 홈페이지)

김 교수는 지난 2005년 의학전문대학원 도입과 함께 시도된 의과학자 양성과정(MD-PhD 과정)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의대와 다르지 않은 교육, 진료 수익을 뛰어넘지 못하는 연구 수익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나마 KAIST가 지난 2006년 설립한 의과학대학원을 통해 최근까지 의사 출신 이·공학 박사 200여명이 양성되는 등 외형적으로는 성공을 거뒀다고 했다. 연세의대는 지난 2010년부터, 서울의대는 2011년부터 KAIST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작해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절반의 성공’이라며 “우리나라의 저수가 의료환경에서 병원으로 돌아간 의사과학자들은 진료 수입에 대한 압박과 연구할 시간, 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고 사회가 원하는 혁신가로 성장한 의사과학자 수는 안타깝게도 그리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서 “지난 30년간 겪은 실패”를 토대로 병원을 혁신하고 의대의 기초연구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병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낮은 의료 수가를 극복하기 위해서 의료진들은 격무에 시달린다”며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연구비에서 발생하는 간접비를 직접 병원으로 흡수해 병원에서의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임상 연구 환경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미충족 의료수요에 기반한 병원 중심의 중개연구를 통해 병원의 수입원을 다양화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초의학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기초의학이 완전히 무너지면 의대나 병원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것도 무너지고 종국에서 임상도 무너진다”며 “기초연구를 잘하지 못했던 이유가 내부의 문제도 있지만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서임을 인정하고 국가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체적인 연구 능력을 갖춘 2~3개의 의대는 현재와 같은 모습이 아니라 연구 중심 의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국가 지원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 교수는 “더 많은 젊은이가 의사과학자 꿈을 꾸고 그 길에 들어와서 긴 수련 기간을 견뎌낼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의사에 대한 국가적 지원에 대해 냉소적인 국민적 감정을 설득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전통적인 의사의 모습이 아니라 미래 의사의 모습에 대한 모델이 될 수 있는 30, 40대 젊은 의사과학자를 스타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최근 의과학대학원 졸업생 중 10% 정도가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연구소나 벤처회사로 진출하는 것은 의사과학자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신호로 생각된다”며 “이런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해 논의를 의학계에서 서둘러야 한다. 미국의 경험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특성을 잘 살린 한국적이고 선도적인 양성모델을 빨리 수립하는 일에 정부와 의학계와 과학기술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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