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련병원 62% 대학교수 ‘야간 당직’ 서며 버텨
24시간 응급실 정상 운영 가능한 곳 38% 불과
‘소청과 전담전문의’ 등 정부 지원책 절실
소청과학회 “죽어가는 소청과에 심폐소생술 해달라”

오미크론 확산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소아·청소년 환자가 늘면서 의료대응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이 진료체계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수년 째 이어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감소가 상급종합병원의 전문 인력 공백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오미크론 확산으로 소아청소년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소아청소년 진료체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전국 96개 상급종합병원의 인력 부족으로 인한 진료 기능 마비”라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기존 시행하던 일반적인 진료량에 대한 대응조차 힘든 상태에서 오미크론 대유행과 같이 급격히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국내 소아청소년 환자 진료체계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소아청소년과학회 우려는 전공의 모집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2020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결과에서도 전국 수련병원 55곳에 소청과를 지원한 전공의는 42명뿐이었다. 올해 1년차 전공의 지원이 전혀 없는 수련병원이 전체의 72%에 달했다.

소청과 전공의 충원율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80%로 감소한 이후 2020년 74.1%에서 2021년 38.2%로 급감했다. 올해 3월부터 소청과 전공의 수련과정이 3년제로 개편됐지만 효과는 전무했다. 올해 전공의 지원율은 27.5%로 떨어졌다.

지속되는 전공의 미달과 인력부족으로 근무여건이 악화되면서 중도에 수련을 포기하거나 사직하는 전공의들도 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전체 소청과 전공의 정원 중 56%만 업무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전공의 감소로 인한 공백은 교수들이 막고 있다. 올해 1월 전국 수련병원 중 62%에서 대학교수들이 야간 당직을 서고 있다. 2주에 한 번 이상 당직을 서는 곳이 50%에 육박하고 매주 당직을 서는 곳도 20%나 된다.

소아응급실의 경우 전문인력 부족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교수들이 당직 근무에 투입되고 있음에도 전국 수련병원 중 시간제한 없이 24시간 응급실을 정상 운영할 수 있는 곳은 38%에 불과하다.

소청과학회는 “부산이나 대구, 대전 같은 광역시 소재 상급병원 소아응급실 중 2년 연속 소청과 전공의가 없는 곳이 속출해 진료 공백이 시작됐고 수도권인 경기도에서도 소아응급실이 문을 닫은 병원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소청과학회는 전공의에 의존하는 진료체계가 아닌 ‘소청과 전담전문의’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하고, 소아청소년 병동과 응급실 및 소아전용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에 대한 정부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청과학회는 “소청과 응급실은 24시간 전문의 응급진료로 전환돼야 하며 신생아중환자실, 소아중환자실 및 중증소아청소년 환자의 입원진료는 신속하게 전담전문의 중심 진료체계로 전환돼야 전공의 지원율 등락과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진료체계가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회는 “병상이나 시설 부족보다 상급 의료기관 내 전문 진료를 책임질 수 있는 전문 인력의 부족함이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인지하고 전담전문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했다.

학회는 “향후 1년이 소청과 회생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1년 내 소청과 전문의 수련을 위한 전공의 유입과 전담전문의 증원이 실현되지 않으면 진료체계 붕괴는 가속될 것이며 전문 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미 와해돼 버린 시스템 재구축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소청과 인력 위기 사태를 위한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에 소청과학회는 ▲전담전문의 충원을 위한 직접 고용 재정 지원 ▲전문의 중심진료를 위한 진료 보조인력 고용 지원 ▲중증도에 맞는 진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입원진료비 수가 중증도 가산 정책 ▲소아청소년 진료수가 정상화 추진 ▲소아청소년 건강정책 수립에 소청과 전문의 참여 증대 및 소아청소년 담당부서 설립 ▲필수의료 기본 가산지원 등을 요구했다.

소청과학회는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제시해 줌으로써 현 문제를 해결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죽어가는 소청과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