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폐업 소청과 의원 120곳…365일 일하지만 역부족
코로나 예방접종 거의 끝물…“먹고 살 길 없다”
소청과 전공의 미달…“교육 공백 생기면 의료수준 후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아청소년과가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호흡기질환 환자가 병원을 많이 찾았는데 외출 감소 등으로 환자들이 줄어들면서 직원 월급도 못 줄 정도로 경영이 어려워져 폐업하는 소청과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은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으로 근근이 버텨냈지만 예방접종이 끝물에 다다르면서 ‘이제는 어떻게 버텨야 하나’라는 걱정으로 한숨만 내쉬고 있다는 게 소청과의사들의 전언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15일 본지와 통화에서 “하루에 환자가 80명이 안 되면 병원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소청과 개원가들이 진료시간을 늘리고 주말진료를 하고 365일 일하고 있지만 그래도 힘들다”며 “코로나 2년 동안 직원 월급도 못 주는 소아과가 많아졌다. 최소 2명의 간호조무사가 필요한데 한 명으로 줄여도 월급을 못 주고 새를 못 낼 형편이니 수도 없이 폐업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개업한 요양기관은 총 4,551개소, 폐업한 요양기관은 3,281개소다. 요양기관은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의원, 치과병원, 약국, 한방병원, 한의원 등 총 8개 종별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집계했다.

의원급 의료기관 중 폐업이 많은 과는 일반의(435개소) 다음으로 소청과(120개소)였다. 소청과로 개업한 의료기관은 93개소다.

임 회장은 “그나마 코로나 예방접종이 있었고 겨우 경영 상황이 완만해졌지만 현재 예방접종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이라 이제는 구조적으로 먹고 살 길이 없다”고 했다.

실제 심평원의 ‘2021년도 상반기 진료비 주요통계(진료일 기준)’에 따르면 소청과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020년 상반기 진료비가 38.3% 하락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진료비 증가율은 3.6%(2020년 2,367억원→2021년 2,453억원)로 소폭 증가했다.

임 회장은 2022년도 전공의 지원율을 토대로 소청과를 '옆으로 기울어지다 못해 무너지려는 건축물'이라고 했다. 지금은 소청과 의사들이 팔로 받치다가 안 되니 등으로 받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본지가 지난 2022년도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 당시 전국 수련병원 55곳을 대상으로 지원현황을 집계한 결과, 182명 정원에 42명 지원에 그쳤다. 소청과와 함께 대표적인 기피과로 꼽히는 흉부외과 지원율도 30.6%로 소청과(23.1%)보다는 높았다. 소청과 전공의 정원을 채운 수련병원은 강북삼성병원(2명)과 강원대병원(1명), 부산대병원(2명), 제주대병원(1명), 충북대병원(3명) 뿐이었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감소했다. 그나마 2019년도 전공의 모집까지는 지원율 101.0%로 정원을 채웠으나 2020년도 모집부터 지원율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2020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 소청과 지원율은 78.5%였으며 2021년도 모집에서는 37.3%로 반토막 났다.

임 회장은 “아이들을 볼 의사가 없을 지경에 이를 정도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 소청과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의학교육은 베테랑 의사가 그 밑의 제자에게 일일이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노하우를 전수하는 도제식이기 때문에 교육을 담당하는 중간 허리 역할에 공백이 생기면 의료 수준은 후퇴할 것”이라고 했다.

임 회장은 또 “저출산이어서 환자는 적지만 난산·고령 출산이 많아진 탓에 미숙아 출산이 많아졌다”며 “그럴 경우 산부인과 의사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미숙아가 잘 클 수 있도록 3개월 동안은 소청과 의사가 목숨을 갈아 넣다시피 돌봐야 하는데 (소청과 의사가 없다면) 누가 그 어려운 일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5~11세 어린이들은 코로나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발열 등 코로나 의심증상이 있는 어린이들 중 20%는 양성이 나오고 있다"며 "소청과 의사들이 코로나 감염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어 걱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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