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개 기업 대상 디지털 치료제 개발 현황 등 조사 발표
개발 전문가 부족(73.9%)하고 인허가 어려워(73.9%) 지적

정부의 지원 부족과 규제 절차의 복잡성 등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디지털 치료제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주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료제 산업이 국내외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정부의 지원과 지도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신재용 교수와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문종윤 교수 등 연구팀은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KODHIA)에 등록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37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2020년 11월 12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간 온라인으로 디지털 치료제 개발 현황과 사업화를 위해 필요한 지원 방안 등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질문은 총 16개로, 디지털 치료제 개발 현황 질문 6개와 상용화를 위한 국가적 지원 방안 10개 등으로 구성됐다.

먼저 디지털 치료제 기술 개발 예상기간에 대해 응답자 절반 이상이 3~5년이라고 답했다. 기술 개발 비용 부분에서는 응답자의 35%가 5~10억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시장 진입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들(23개사, 62.2%)은 그 이유로 전문가 부족(73.9%)과 인허가 어려움(73.9%)을 꼽았다. 시장이 형성된 지 얼마 안 됐고(60.9%), 산업 정의가 모호해서(43.5%)라는 응답도 있었다. 개발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17.4%), 산업에 대한 불신(8.7%)도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위해 어떤 정부 지원이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연구개발비 지원(43.2%)과 인허가 안내 및 규제 간소화(24.3%)가 필요하다는 답이 절반을 넘겼다. 이밖에 응답자의 19.4%는 임상시험 코호트 구축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8.1%는 ▲산·학·연 컨소시엄 ▲데이터 통합 플랫폼 기술 개발 ▲부처 간 협력 및 시범 프로젝트 시행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료 출처: Yonsei Med J. 2022 Jan;63)
(자료 출처: Yonsei Med J. 2022 Jan;63)

디지털 치료제 기술의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0에서 10까지의 척도로 평가한 결과, 8~9점이 24.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향후 전망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0에서 10까지의 척도를 3개의 범위로 나눴을 때 7~10은 62.2%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 치료 기술의 글로벌 확장을 지지했다.

디지털 치료제의 해외시장 진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낯선 디지털 치료제 기술 검증 및 라이센스 구조(73%) ▲해외에서 국내 임상 및 기술 수준에 대한 낮은 인지도(70.3%)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위한 이해관계자 네트워크 부족(54.1%) 등을 꼽았다.

기술 진출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미국(91.9%), 독일(35.1%), 영국(32.4%), 일본(18.9%), 중국(16.2%) 등이었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필요한 지원에 대해서는 70.3%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국가 간 인허가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64.9%는 ‘해외 임상연구·시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37.8%는 ‘세금이나 법적 문제 등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 진입 간소화’를 꼽았다.

연구팀은 “디지털 치료제 기술 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 전략을 통해 데이터 프레임워크와 법적·제도적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 만성질환, 국가 R&D 사업 등 주요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특히 국내 기업들이 정신건강 분야 디지털 치료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미국·유럽 등 각국의 주요 규제에 대한 연구와 디지털 치료기법에 대한 임상적·경제적 평가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난 2017년 약물 남용 중독 치료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ReSet-O’를 개발해 FDA 허가를 받은 미국 Pear Therapeutics 社를 예로 들었다.

Pear Therapeutics는 디지털 치료제 분야의 선두 회사로 자리매김한 기업으로, ReSet 출시 이후 미국에서는 여러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FDA 승인이 이뤄지고 있다. 관련 투자도 활성화돼 투자규모는 2012년 약 15억 달러에서 2017년 60억 달러로 3배 증가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난 2020년 투자규모는 2019년의 두 배인 16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라이프시맨틱스(호흡 재활 치료), 뉴냅스(뇌 손상 후 시야장애 개선 인지치료), 에임메드(불면증 치료), 웰트(불면증 치료) 등이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확증 임상을 승인받았다. 그밖에도 여러 기업들이 탐색 임상을 허가 받으며 디지털 치료제 개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연구팀은 “정부 규제의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부터 점진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학술지 등에 발표해야 한다”며 “정부가 주관하는 혁신기술개발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경제적 평가 연구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가 담긴 논문(Survey for Government Policies Regarding Strategies for the Commercialization and Globalization of Digital Therapeutics)은 연세대 의과대학이 발행하는 영문 의학저널 ‘YMJ(Yonsei Medical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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