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에 모인 美 디지털치료제 회사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의사들의 우려 해결해야”
“EMR 등 기존 의료시스템에 녹아드는 작업 필요”

[라스베이거스=송수연 기자] 디지털 치료제 성장을 막는 요인 중 하나가 ‘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나와도 임상 현장에서 의사가 처방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이에 환자의 디지털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려면 교육 등을 통해 임상 현장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제품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에서는 미국 디지털 치료제 회사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디지털 치료제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관련 제도도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도 20종이 넘는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환자에게 처방되는 비율이 높지 않으며 그 원인은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낮은 이해도에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는 ‘Digital Therapeutics and Road Ahead: Defining health outcomes through data and tech’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사회자인 킨제이 파브리지오 CTA 부사장과 셀레스트 제임스 빅헬스 부사장, 줄리아 스트랜드버그 페어테라퓨틱스 CCO, 크리스토퍼 와스덴 해피파이헬스 디지털치료제 책임자.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는 ‘Digital Therapeutics and Road Ahead: Defining health outcomes through data and tech’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사회자인 킨제이 파브리지오 CTA 부사장과 셀레스트 제임스 빅헬스 부사장, 줄리아 스트랜드버그 페어테라퓨틱스 CCO, 크리스토퍼 와스덴 해피파이헬스 디지털치료제 책임자.

해피파이헬스(Happify Health) 디지털 치료제 부문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와스덴(Christopher Wasden) 박사는 임상 현장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인 헤피파이헬스는 우울증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와스덴 박사는 “당뇨병 환자에게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한 의사를 인터뷰했다. 그 의사가 담당하는 당뇨병 환자가 500명이지만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한 환자는 20%인 100명이라고 하더라”며 그 원인이 임상 현장에 있다고 했다.

와스덴 박사는 “임상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데 가장 큰 장벽은 환자도, 건강보험도 아니다. FDA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첫 번째 장벽은 환자에게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해야 하는 의사”라고 말했다.

와스덴 박사는 “의사는 EMR로 관리되는 작업 흐름에 따라 의료행위를 수행하고 있다. 2분 안에 디지털 치료제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데이터에 대한 부담도 원하지 않는다. 위험성이나 책임 부담도 우려한다”며 “의사들은 많은 걱정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빅헬스(Big Health) 셀레스트 제임스(Celeste James) 부사장은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 진입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미국 성인의 50% 이상이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며 “디지털 치료제는 정신 건강에 대한 형평성과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했다. 빅헬스는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인 ‘슬립피오(Sleepio)’를 개발한 미국 기업이다.

제임스 부사장은 “형평성과 접근성을 높이려면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건강을 유지하는 행위의 80%는 진료실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단 20%만 의료 환경에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페어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 줄리아 스트랜드버그(Julia Strandberg) CCO(Chief Commercial Officer)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원격 디지털 솔루션 발전을 가속화했고 현재 시장에는 너무 많은 디지털 도구가 나와 있다”며 “디지털 치료법이 시장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인식뿐만 아니라 관련 교육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페어테라퓨틱스는 FDA 승인을 받은 최초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한 회사다. 페어테라퓨틱스가 지난 2017년 FDA 승인을 받은 ‘리셋(reSET)’은 약물중독 치료용 애플리케이션이다.

스트랜드버그 CCO에 따르면 미국 의료 컨설팅회사인 에이밸리어헬스(Avalere Health)가 실시한 조사 결과, 미국 보험사의 90%가 디지털 치료제 10개 중 7개 이상을 인지하고 있으며 보험 적용 기준은 FDA 승인이라고 했다.

스트랜드버그 CCO는 “임상 현장에서 처방되는 디지털 치료제는 FDA 승인을 받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라며 “환자와 소비자, 의료인 등에 대한 교육으로 인식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임상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디지털 치료제를 뒷받침할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그 사용 방식이 “표준화된 대규모 의료시스템과 일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EMR을 이용해 기존 의료시스템에 녹아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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