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앞두고 잇단 증권신고서 정정 배경에 관심

유상증자를 앞둔 엔지켐생명과학이 잇달아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사업 진출에 대한 현실성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세계 최초로 허가 받은 DNA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통해 기업 실적 향상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백신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 이번 결정이 엔지켐생명과학에게 어떤 득과 실을 가져다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엔지켐생명과학 로고.
엔지켐생명과학 로고.

2022년 1월 말 유상증자를 앞둔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17일 증권신고서를 기재 정정했다. 이는 6번째 정정으로, 특히 이번 증권신고서 신고에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에 대한 보수적 관점이 대거 삽입됐다.

앞서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달 인도 제약사 자이더스 캐딜라(Zydus Cadila)와 pDNA(플라스미드 DNA) 코로나19 백신 ‘자이코브디(ZyCoV-D)'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자이코브디는 자이더스 캐딜라가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DNA 기반의 코로나19 백신으로, 인도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상태다.

해당 계약에 따라 엔지켐생명과학은 자이코브디의 원액(DS)부터 완제품(DP)까지 모두 국내에서 위탁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국내 컨소시엄 구성 및 자체 생산 시설 증설 계획도 밝혔다. 엔지켐생명과학이 밝힌 생산 물량은 연간 8,000만도즈다.

그러나 지난 17일 정정 내용을 살펴보면, 실질적인 공급까지는 아직 현지 품목허가 등 많은 절차가 남아있어 생산 자체를 기업의 실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백신의 판매를 위해서는 각 판매지역에서 판매허가 승인이 필요하며, 현재 당사가 판매 가능한 독점지역 및 공동독점지역에서 현재 백신 판매허가가 진행되지 않아 허가에 필요한 추가적인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허가 프로세스를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허가가 지연되거나 혹은 허가를 취득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하며, 이에 따라 당사 신규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라이선스 비용이 지급됨에도 불구하고, 백신 판매가 저조할 경우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은 이미 라이선스인(L/I) 비용 중 선입급금(업프론트) 350만달러(약 41억원)을 자이더스 캐딜라 측에 지급한 상태다. 이밖의 기술이전료 350만달러(약 41억원)과 2022년 발생 예정인 로열티 비용 2,000만달러(약 236억원)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금액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로열티의 경우 연간 2,000만달러를 판매수량과 관계없이 지급해야 하는 관계로, 만일 당사의 백신 판매가 저조할 경우에 고정비로 발생될 수 있다”고 기술했다.

더구나 엔지켐생명과학은 자이코브디 국내 허가 불확실성에 대해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된 대부분의 코로나19 백신은 mRNA 백신이며, 자이코브디는 pDNA백신으로 mRNA 코로나19 백신에 비해 pDNA 코로나19 백신의 비임상, 임상, 품질자료 등을 검토한 이력이 없어 심사에 필요한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추가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현재까지 식약처가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데이터들은 대부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한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진행된 것으로 당사는 인도의약품관리국(DCGI)에서 검토한 임상 기반 자료를 수집해 식약처에 사용승인, 판매허가를 신청함에도 불구하고, FDA 임상 데이터 대비 자료가 충분하지 않거나 대비 부적합하다고 식약처에서 판단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백신 허가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엔지켐생명과학은 이달 6일 자이코브디가 8주면 오미크론 대응용 백신 개발이 가능한 첨단 기술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아울러 엔지켐생명과학은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 역할도 자처하고 나섰다. 엔지켐생명과학은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한국을 비롯해 8개국(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브루나이, 아르헨티나)에 대한 자이코브디 독점판매권을 확보했다. 계약기간은 기본 3년에 연장 2년을 더해 총 5년이다.

엔지켐생명과학 손기영 회장은 "자이더스 카딜라와 코로나19 백신의 상업화는 물론 차세대 백신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력을 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첨단 선진 백신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메이드 인 코리아' 백신을 제조, 전 세계에 수출해 글로벌 백신 생산허브를 구축하고 글로벌 팬데믹 해결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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