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H 2021서 CAR-T·이중특이항체·단클론항체 등 연구 주목
기존 치료 대비 우수한 효과 속속 입증하며 대세로 떠올라

[애틀란타=김윤미 기자] 혈액암 치료 분야에도 CAR-T 치료제·이중특이항체·단클론항체 등의 개발이 속속 진행되며 이식 및 화학요법을 표준치료로 삼고 있었던 림프종 및 골수종 치료가 새로운 전기를 맞는 모습이다.

이달 11~14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란타 조지아 월드 콩그레스 센터(GWCC)에서 열린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ASH 2021)에는 4건의 면역요법 연구를 플레너리(Plenary)와 최신(Late Breaking) 세션 주제로 선정해, 이들 연구 결과가 불러올 임상적 변화들에 주목했다.

면역항암요법은 환자 스스로의 면역 체계를 활용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법을 말한다. 일찍이 단클론항체를 비롯해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s, ADC),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ICI) 등의 개발로 고형암의 치료 패러다임이 한 단계 격상했던 것과 비교해 혈액암 분야에 면역요법이 도입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이번에 학회가 주목한 4건의 연구는 면역치료제의 기전은 각기 다르지만, 백혈구에 영향을 미치는 비호지킨 림프종과 형질세포(plasma cells)에 영향을 미치는 다발골수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발골수종 1차 표준치료 가능성 시사한 '살클리사'

먼저 다발골수종 치료에 대한 3상 임상인 GMMG-HD7 연구는 사노피가 개발한 항 CD38 단클론항체 '살클리사(성분명 이사툭시맙)'에 대한 연구다.

현재까지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에 사용돼 오던 '살클리사'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이식 가능 진단을 받은 환자의 유도요법으로, 기존 RVd(레날리도마이드/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 3제와 병용해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 음성 달성률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독일 전역의 67개 의료센터에서 새로 진단된 66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해당 연구 결과, 18주간 살클리사+RVd 4제로 유도요법을 받은 투여군의 약 절반(50.1%)이 MRD 음성을 달성하며 기존 RVd 3제요법을 받은 투여군의 35.6% 대비 개선된 효과를 입증했다.

연구를 주도한 독일 하이델베르그 대학병원(Heidelberg University Hospital, UKHD) 하트무트 골트슈미트(Hartmut Goldschmidt) 교수는 "이사툭시맙은 골수종 세포에 대한 항체의 직접적인 효과와 함께 면역 자극을 통한 두 가지 방식으로 작용한다"며 "이사툭시맙이 면역 체계를 자극하면 공수종 치료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란 아이디어에서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는 미국과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는 표준요법에 도전해 성공한 최초의 3상 임상시험"이라며 "해당 결과는 새로 진단된 골수종을 가진 이식 적격 환자에서 이 치료법(살클리사+RVd 4제요법)이 새로운 치료 표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골트슈미트 교수에 따르면, 현재 GMMG-HD7 연구는 진행 중이며, 추후 자가줄기세포이식 후 살클리사+RVd 4제요법 대 RVd 3제요법의 영향과 함께 레날리도마이드와 병용한 살클리사 유지요법으로써의 가능성도 평가될 예정이다.

재발·불응성 여포성 림프종 치료 개선 시사한 '모수네투주맙'

학회가 주목한 두 번째 연구는 로슈가 개발 중인 CD3/CD20 타깃 이중특이항체 '모수네투주맙(Mosunetuzumab)'의 1/2상 임상시험 데이터다. 이전에 2회 이상 치료 받은 재발·불응성 여포성 림프종 환자의 '모수네투주맙' 단독요법은 깊고 지속적인 관해 유지 효과를 보였다.

9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18개월 이상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환자의 80%가 '모수네투주맙' 치료에 반응을 보였으며, 60%는 완전반응(CR)을 나타내며 강력한 효과를 시사했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시티 오브 호프 종합 암센터(City of Hope Comprehensive Cancer Center) 엘리자베스 버드(Elizabeth Budde) 박사는 "모수네투주맙은 림프종 세포와 환자 자신의 면역 T 세포 표적을 인식하고, 이 둘을 결합하도록 설계된 이중특이항체"라며 "이는 환자의 T 세포가 림프종 세포에 접근해 활성화하고, 림프종 세포를 파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드 박사는 "모수네투주맙은 일반적으로 기존 치료법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도 매우 효과적이고 안전한 약물"로 "이번 연구 결과는 이 약의 독특한 작용 기전에 대한 강력한 근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버드 박사에 따르면, '모수네투주맙'은 CAR-T 세포치료제와 달리 투여 전 환자의 면역 세포를 제거하거나 수정하지 않고도 혈류에 직접 주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CAR-T 세포 치료와 유사하게 이 시험에서 '모수네투주맙'을 투여 받은 환자의 44.4%에서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이 발생했는데, 두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낮은 등급의 이상반응으로 회복 및 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드 박사는 "현재의 치료 목표는 단순히 림프종을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모수네투주맙'은 환자의 면역시스템이 림프종 세포를 인식하도록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화학요법 없는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에 조기 적용 시사한 'CAR-T 세포치료제'

한편, BMS와 길리어드가 개발한 CAR-T 세포치료제 '브레얀지(성분명 리소캅타진 마라류셀, 이하 리소셀)'와 '예스카타(성분명 액시캅타젠 시로루셀, 이하 액시셀)'는 재발·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Large B-cell Lymphoma) 환자의 2차 치료에 대한 새로운 표준요법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며 주목 받았다.

'브레얀지'의 TRANSFORM 연구와 '예스카타'의 ZUMA-7 연구가 그 주인공이다. 두 치료요법 모두 재발한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에서 단 1회 투여만으로 기존 화학요법 및 이식 치료와 비교해 개선된 치료 효과를 보여주며 획기적인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사했다.

먼저 이식 적격한 184명의 재발·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브레얀지' 치료와 기존 표준요법을 비교 평가한 TRANSFORM 연구에서 '브레얀지' 치료군은 1차 평가변수인 무사건생존(EFS)의 우월성을 입증했다.

'브레얀지' 치료군의 무사건생존기간 중앙값(mEFS)은 10.1개월로 표준치료군의 2.3개월 대비 유의미한 연장을 보였다.

또 '브레얀지' 치료군의 완전반응률(CR)은 66%로 표준치료군의 39%와 비교해 크게 개선됐으며, 표준치료군으로 무작위 배정된 92명의 환자 중 50명이 종국에는 '브레얀지' 치료로 교차 투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콜로라도 대학 암센터 마날리 캄다르(Manali Kamdar) 박사는 "화학요법과 이식으로 구성된 현재 표준요법는 재발성 거대 B세포 림프종 고위험 환자 대부분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아, 여기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큰 상황"이라며 "6개월이 조금 넘는 비교적 짧은 추적 기간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의 긍정적인 결과는 CAR-T 세포치료제가 초기 화학요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1년 안에 재발하는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초기 재발·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 359명을 대상으로 '예스카타' 치료와 기존 표준요법을 비교 평가한 ZUMA-7 연구에서도 '예스카타' 치료군은 1차 평가변수인 무사건생존(EFS)의 개선을 달성했다.

또 '예스카타'을 투여받은 환자군의 치료 반응률은 83%로 표준요법군의 50%와 비교해 개선된 결과를 나타냈다.

약 2년간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예스카타'를 투여 받은 환자들은 8.3개월 동안 추가적인 항암치료 없이도 생존해 있거나 질병의 진행을 경험하지 않았는데, 이는 표준요법군의 EFS 중앙값이 2개월에 불과했던 겻과 비교해 크게 개선된 결과다.

전반적으로 예스카타를 투여 받은 환자의 41%, 표준요법을 받은 환자의 16%가 2년차에도 추가적인 항암치료 없이 생존해 있거나 질병의 진행을 경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플로리다 소재 모핏 암센터(Moffitt Cancer Center) 프레더릭 로크(Frederick L. Locke) 박사는 "ZUMA-7 연구 결과는 거대 B세포 림프종의 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라며 "우리는 2차 치료 환경에서 액시셀을 투여함으로써 기존 표준요법에 비해 무사건생존기간이 더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는 놀라운 결과로 초기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12개월 이내에 재발하는 림프종 환자가 이 치료 기회를 가져야 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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