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항체검사 실시하는 의료기관도 늘어
홍기호 교수 “백신 효과 입증 어렵다”
“항체뿐 아니라 세포면역으로도 보호”
유병률 낮은 한국, 자가검사 민감도 더 낮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면서 항체 검사를 실시하는 의료기관도 늘고 있다. 신속항원검사처럼 신속항체검사도 자가검사용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항체진단키트는 모두 전문가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항체 검사만으로 백신 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개인적인 궁금증에 의해 항체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항체 검사는 백신 접종 후 형성되는 세포 면역은 평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홍기호 교수는 지난 24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항체 검사로 백신 효과를 입증하거나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권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대응TF 간사이기도 하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홍기호 교수는 지난 24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개인적으로 항체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홍기호 교수는 지난 24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개인적으로 항체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예를 들어 항체가 50 정도 나온 사람과 100 나온 사람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충분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다. 검사값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항체는 우리 몸의 면역을 구성하는 절반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세포 면역이다. 항체를 형성하지 못하는 희귀질환자도 (백신 접종으로) 세포 면역을 통해 보호받는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항체 검사를 했을 때 그 결과를 명확하게 해석하기 어렵고 재감염 가능성 등 미래를 예측하기도 어렵다”며 “A키트로 하는 항체검사와 B키트로 하는 항체검사법을 비교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논의해볼 수는 있지만 현재는 그런 단계도 아니다”라고 했다.

개원가 등에서 2만~3만원 정도면 받을 수 있는 신속항체검사에 대해서는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신속항체검사는 육안으로 판독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상당히 많은 양의 항체가 있어야 진단할 수 있고 위양성(가짜 양성)도 제법 있다”며 “항체 검사는 적절한 시기, 감염되고 3주 뒤나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2~3주 뒤에 한번만 받으면 되기에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게 낫지만 그 조차도 반드시 필요하진 않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현재 항체 검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감염됐던 사람이나 본인도 모르게 무증상으로 앓고 지나갔던 사례들을 파악해서 우리 사회 감염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우리가 몰랐던 감염이 언제 발생했는가 등을 분석하는 것”이라며 역학조사 등에 필요한 검사법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일부 기저질환자나 항암치료는 받는 환자들은 상황에 따라 (항체 검사를) 고려해볼 수는 있다.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포괄적인 진료 과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며 일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굳이 개인적으로 항체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코로나19 유병률 낮은 한국, 자가검사 민감도 더 떨어져

‘깜깜이 확산’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자가검사키트에 대해서도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정확도가 높은 RT-PCR 검사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신속항원검사를 기반으로 한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자가검사키트 등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하는 미국이나 영국 등은 코로나19 유병률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뒤 “자가 채취 검체를 이용한 신속항원검사는 시점 유병률이 높을수록 민감도가 좋아지고 반대로 유병률이 낮으면 민감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유병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가 특히 더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영국 버밍엄 대학(University of Birmingham)에서 유병률 0.9%인 시점에서 총 7,1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 자가검사의 민감도는 3.2%였다.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는 유병률 2.6%일 때 자가검사 민감도는 20.0%, 유병률 5.1%일 때는 43.8%였다.

홍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유병률은 0.06% 정도다. 0.06%일 때 자가검사의 민감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자료가 없으므로 가장 가까운 값인 0.9% 유병률에서 구해진 버밍엄 대학의 민감도 3.2%를 대입해보면 5만2,000명을 검사하면 0.06%인 31명이 감염자이고 그중 3.2%인 1명만 자가검사로 양성이 나오는 셈”이라며 “자가검사로 감염자 1명을 찾아내기 위해 5만1,999명을 추가로 검사해야 하며 감염자 30명을 놓치는 결과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24시간 간격으로 반복 검사를 해서 바이러스가 높아지는 순간 잡아내겠다는 전략인데, 미국에서 스포츠 선수들을 대상으로 매일 자가검사를 했지만 그 안에서 코로나19 전파가 일어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 정확성에서 손해 보는 부분이 너무 커서 현재는 고려할 만한 전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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