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흥권/아토포스/248쪽/1만5,000원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외과 의사들의 이미지는 ‘무조건 사람을 살려내는’, ‘차가운 천재’ 의사인 경우가 많다.

드라마 ‘하얀거탑’의 장준혁은 냉철하게 의학 상식에서 벗어나는 의술을 행하고, ‘낭만닥터 김사부’의 김사부는 무려 일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트리플 보드’ 천재의사라는 설정이다.

이 와중에 연애도 놓치지 않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동료, 선후배, 스승과 제자 사이 사랑이 넘쳐흐른다. 과연 의사들의 실제 삶도 드라마와 같을까?

분당서울대병원 대장암센터 외과 오흥권 교수는 신간 ‘타임 아웃’에 독자들이 몰랐던 진짜 외과 의사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오 교수가 그려낸 의사의 실상은 의학 드라마처럼 화려하거나 박진감이 넘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과로에 시달리다 일의 의미를 고찰하기도 하는 회사원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타임아웃은 다른 진료과보다 일이 고되고 까다롭기로 알려진 외과에서 펼쳐지는 일들을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한 감각으로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하지만 동시에 오 교수가 환자를 만나며 가슴이 먹먹했던 순간, 의사 생활 첫 테이블 데스(Table Death, 수술 중 사망) 경험 등 의사로서의 한계에 부딪혀 아파했던 장면의 기록도 놓치지 않았다.

더불어 오 교수에게 제17회 한미수필문학상 대상을 안겨준 수필 ‘제자리’도 함께 수록했다.

오 교수는 “제목인 ‘타임 아웃’은 수술실에서 환자를 마취하고 수술 준비를 마친 다음 절개를 시작하기 직전 의료진 모두 분주한 움직임을 멈추고 환자 상태와 수술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시간을 뜻한다”라며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바쁜 현실 속에서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저자인 오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대장항문외과 전임의 과정을 거쳐 분당서울대병원 외과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제17회 한미수필문학상 대상 수상을 통해 등단했으며, 2019년 서울의대 교육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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