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21%, 중등도 우울 상태
희망의친구들, 이주민 자살예방 사업 실시
중국·네팔·미얀마어로 온라인 자살예방교육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한국은 이주노동자의 자살률도 높다.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이 자살고위험군인 네팔·중국·미얀마 노동자 102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상태와 우울증, 자살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 이상이 전문상담치료가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이주노동자 102명 중 33.4%인 34명은 경도 이상, 20.6%인 21명은 중등도 우울 상태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중국 동포와 이주노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여가 줄거나 실직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고 희망의친구들은 전했다.

불안하거나 우울한 상태여도 혹여 부정적인 낙인이 찍힐까 우려해 외부 전문 상담이나 지원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에 희망의친구들은 ‘이주노동자 자살예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많이 밀집해 있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자살예방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자살예방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희망의친구들이 마련 이주노동자 자살예방 교육

이주노동자 자살예방 상담 실무 교육과 온라인 이주노동자 생명지킴이(gatekeeper) 교육을 한국어 외에도 중국어와 네팔어, 미얀마어로 진행하고 있다. 제18회 세계자살예방의 날(9월 10일)을 맞아 ‘SAVE YOURSELF! SAVE LIVES!’라는 자살예방 온라인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자살예방 사업 담당자인 희망의친구들 이애란 사무처장은 “현 정신건강복지체계 안에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정책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자살고위험군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다국어 자살 상담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회적으로 이주노동자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김현수 센터장(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이주로 인한 적응 스트레스가 이주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정신건강학계에서 다양한 연구조사로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며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위기는 노동제도나 체류 불안정, 지지해 줄 가족이 한국에 없는 상황 등 여러 요인이 겹쳐 나타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 취약한 이주민을 위한 사회의 관심과 자살예방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주노동자 자살예방 사업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지난 2020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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