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주노동자 건강보험 가입률 48.1%에 그쳐
코로나19 관련 의료정보 문해력은 3.88점으로 높은 수준
"한시적 건강보험 가입 허용 등 의료 서비스 접근성 보장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국내 이주노동자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였다. 코로나19 관련 정보는 비교적 쉽게 얻었지만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48.1%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서울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는 최근 '국내 이주노동자 COVID-19 의료정보 문해력 및 의료접근성 연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센터는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두 달 동안 서울·경기 지역 무등록 체류 이주노동자 250명과 비전문취업(E-9) 자격 취득 이주노동자 278명, 총 528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성이나 문해력(health literacy)은 높은 것에 비해 의료서비스 접근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예방 및 생활수칙 관련 정보 인지도(자료 출처: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코로나19 예방 및 생활수칙 관련 정보 인지도(자료 출처: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전체 응답자 중 코로나19 관련 예방법과 자가격리자 생활수칙을 알고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각각 98.9%와 94.1%에 달했다. 거리두기 단계별 행동수칙에 대해서도 전체 응답자의 68.6%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행동지침을 따르기 '쉽다'는 대답도 28.4%로 '어렵다'고 대답한 19.7%보다 높았다.

코로나19 관련 종합 건강 문해력 수준(자료 출처: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코로나19 관련 종합 건강 문해력 수준(자료 출처: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코로나19 관련 전체 건강 문해력 수준은 5점 만점 기준 3.88점으로 높은 편이었다. 건강 문해력은 '기본적인 건강정보를 이해하고 건강 문제에 대해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뜻한다.

무등록자들이 3.93점으로 3.84점을 받은 체류자보다 0.9점 더 높았다. 연구팀은 무등록자들이 체류 기간이 더 길고 한국어 실력도 더 우수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했다.

이렇게 이주노동자 다수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만 의료서비스 자체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많았다.

전체 응답자 중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48.1%로 절반에 못 미쳤다. 가입자 중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한 비율이 76.4%로 가장 높았다. 지역건강보험 가입자는 20.5%, 외국인 대상 민간의료공제조합에 가입한 비율은 3.1%에 그쳤다.

건강보험 미가입자 중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자료 출처: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건강보험 미가입자 중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자료 출처: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미가입자의 88.7%는 불법 체류 등 '보험 자격이 안 돼서' 가입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높은 보험료가 부담돼서란 응답은 6.4%였다.

코로나19 이후 진료·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는 1.7%로 적었으나 이 중 대부분은 스스로 의료서비스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16.5%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지만 무등록자 중 검사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은 건강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병·의원보다 약국을 더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에 이상을 느낄 때 가장 먼저 방문하는 곳'으로 약국을 꼽은 비율이 41.5%로 가장 높았다. 가장 선호하는 의료시설로 약국을 택한 비율도 47.5%였다. 동네의원은 그 다음인 33.9%였다. 외국인 무료 진료소란 대답은 12.9%, 보건소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1.3%에 그쳤다.

가장 선호하는 의료시설(자료 출처: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가장 선호하는 의료시설(자료 출처: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연구진은 "불법 취업 등으로 건강보험 가입자격을 얻지 못한 외국인들은 사각지대에 처해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가 한시적으로라도 지역 건강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등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전체 응답자의 31.6%가 코로나19로 인해 주 수입원을 잃은 경험이 있으며 절반이 넘는 65.3%가 월평균 소득이 76.8만원 줄었다고 대답했다.

연구책임자인 김웅한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이 사회의 차별적 시선과 고용 불안으로 겪는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며 "이주민과 같은 의료취약계층을 사회안전망의 보호로부터 배제하는 게 아니라 포용하기 위한 구조적인 대책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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