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자체 진상조사 진행하고 검찰 고발 검토
전문병원協, 긴급상임이사회 소집해 대응 방안 논의

척추전문병원에서 대리 수술 의혹이 연이어 터지자 의료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인천 21세기병원에 이어 광주 척추전문병원이 대리수술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문제의 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의사 대신 수술을 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해당 병원 개원 초기부터 운영에 참여한 의사로, 대리 수술 장면이 담긴 동영상 10여개와 수술 관련 자료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을 접한 한 전문병원 원장은 “어떻게 이런 일이 계속 생기는지 모르겠다. 할 말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문병원협의회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의협은 일부 비윤리적인 의사의 일탈 행동이라고 선을 그으며 자율 정화를 강화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문병원협의회는 긴급 상임이사회를 소집해 놓은 상태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광주 모 척추전문병원 대리 수술 의혹 영상 캡처
언론을 통해 공개된 광주 모 척추전문병원 대리 수술 의혹 영상 캡처

의협은 이번에도 언론보도를 통해 광주 척추전문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이 알려지자 “동료의사의 내부고발”이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해당 병원을 중앙윤리위원회 징계심의에 회부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9일 밝혔다.

의협은 대리 수술 의혹을 받는 광주 척추전문병원과 광주광역시의사회에 공문을 보내 사실관계 확인 요청을 하는 등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섰다. 광주시의사회 전문가평간단에도 심의조사를 의뢰했다. 이를 통해 무면허 의료행위 방조 등 의료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중앙윤리위에 해당 의사 징계심의를 요청하고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의협은 “일부 의사의 비윤리적이고 비상식적인 판단으로 행해진 대리 수술이 또다시 발생했다는 소식에 대해 의료계도 상당한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특히나 의사가 아닌 사람의 의료행위는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어 대리 수술을 주도하거나 알고도 묵과했다면 이는 의사의 명분에 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의협은 “이번 사안은 동료 의사가 내부고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이상은 동료라 하더라도 비윤적리적인 의료행위에 가담한다면 간과하지 않고 고발해 자체 정화를 강화해야 한다”며 “직종 내 내부 감시를 강화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료 현장에서 무자격자·무면허자의 의료행위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연이은 대리수술 사건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일부 부도덕한 의사의 행위에 대해 의협은 중앙윤리위와 전문가평가제추진단, 자율정화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유사한 불법 행위에 즉각 면밀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전문병원협의회는 오는 11일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고 인천 21세기병원 회원 제명 안건을 논의하면서 광주 척추전문병원 문제도 논의할 계획이다.

전문병원협의회 이상덕 회장(하나이비인후과병원장)은 이날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문제가 된 광주 병원에서는 대리 수술이 아니라고 반박 자료를 낸 상태이고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라며 “일단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고 의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윤리위원회가 권고한 인천 21세기병원 회원 제명에 대해서도 당일 논의된다며 “소명을 듣는 절차가 필요하고 법률적으로도 법원에서 최종 확정 판결이 나와야 하지만 이를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바로 후속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인천 21세기병원 대리 수술 관련자가) 기소된다면 이게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그때를 보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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