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붕년 저/코리아닷컴/328쪽/1만5,800원

아이가 문을 쾅 닫고 들어갈 때, 간섭하지 말라며 화를 낼 때, 부모 말을 들은 척도 안 할 때 부모는 긴장하기 시작한다. ‘사춘기’가 시작된 듯한데 학업으로 중요한 시기에 다른 생각을 안 하도록 엄하게 다뤄야 하는지, 건드리지 말고 놔둬야 하는지 등 사춘기 부모의 속은 타들어 간다.

뇌과학에 의하면 10대의 이상한 모습은 아이가 잘 발달하고 있다는 증거다. 인간의 뇌는 0~3세와 10대 초·중반, 생애 두 번의 큰 변화를 거친다. 발달의 폭이 크다 보니 10대는 내면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부정적 행동으로 표출해 ‘중2병’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부모가 10대의 뇌 발달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녀의 행동을 문제라고만 생각한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신간 <10대 놀라운 뇌 불안한 뇌 아픈 뇌>를 통해 10대 자녀의 뇌 발달을 위해 부모가 취해야 할 행동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짚어준다. 10대의 뇌를 키우는 법, 반항하는 아이와 대화하는 법, 아이의 반항을 무시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우울증 알아차리는 법 등 구체적인 조언이 가득하다.

국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IACAPAP) 부회장이기도 한 저자는 20여년간 유·소아기 및 10대의 뇌 발달과 심리발달을 통합하는 정신건강 연구를 해 왔다. 그는 정신건강 문제를 초기에 다루지 못하고 심각하게 진행돼서야 진료를 받으러 오는 아이들에게 큰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실제 10대에 정신건강 문제가 발병하는 비율은 낮지 않다. 조현병이 청소년 중기, 즉 10대 중반에 발병되었을 가능성은 약 40%라고 한다. 청소년기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성인기가 돼서야 조현병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또한 성인기에 치료 받은 조울증 환자의 50% 이상은 10대 시기에 초기 조울증 증상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한다. 면밀히 관찰하고 적기에 개입하는 부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내 아이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안다면 아이의 행동을 받아줄 여지가 생긴다. 걸음마를 배우면서 넘어지는 아기를 혼내지 않듯이, 부모는 ‘어른스럽게’ 발달 중인 자녀의 ‘이상한 뇌’를 받아 줄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책은 자녀의 10대를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되도록 돕고 싶은 부모의 필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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