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장기추적조사제도로 대안 마련…심평원 급여는 난항 예상

첨단재생바이오법 적용 제1호 약제로 2상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최근 국내 허가를 획득한 최초의 CAR-T 치료제 '킴리아'는 다른 항암제 허가 과정과 달리 추후 확증적 임상시험 없이 장기추적조사로 허가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순조로웠던 허가 과정과 달리 '킴리아'의 급여 적용 길목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어 추후 난항이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9일 노바티스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의 허가 검토 과정에서 개최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 회의록을 공개했다.

지난 2월 18~23일 서면으로 진행된 이번 회의는 '킴리아'의 확증적 임상시험 가능 여부에 대한 자문을 듣기 위해 식약처 생물의약품 분과위원회의 첨단바이오의약품 소분과위원회 구성원 12명(제출자 10명, 미제출 2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식약처가 중앙약심 위원들에서 요청한 자문의 구체적인 내용은 킴리아의 '대체의약품 여부', '허가 신청한 적응증에 표준치료법 여부'와 '앞선 대체의약품 및 표준치료법이 없을 경우 치료적 확증 임상시험 설계가 불가능한지', '킴리아의 국내외 대상 환자수를 감안했을 때 치료적 확증 임상시험 실시가 가능한지' 등이었다.

'킴리아'의 허가 신청을 위해 노바티스가 제출한 자료는 2상 임상시험인 JULIET 연구와 ELIANA 연구 결과로, 객관적반응률(ORR), 완전관해율(CR) 및 무진행생존율(PFS) 등과 같은 일종의 대리지표(Surrogate Marker)만으로 심사가 이루어져 추후 정식 허가를 확정 짓기 위해서는 확증적 임상시험 결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문 결과, 중앙약심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킴리아'의 확증적 임상시험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킴리아'는 환자에서 채취한 T세포 표면에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가 발현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재조합시킨 후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기존에 없던 치료 방식으로 대체의약품이 없을 뿐더러, 대조군으로 둘 수 있는 적절한 표준치료법도 부재해 확증적 임상시험 설계가 어렵고, 윤리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여기에 더해 중앙약심 위원들은 '킴리아'의 국내 허가가 식약처가 미리 준비해 놓은 장기추적조사제도 시행을 통해 가능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식약처는 그간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국내 도입 및 개발 지원을 위해 '첨단재생바이오법'을 수차례 개정하며, 품질·안전 관리 방안을 준비해 왔다.

그 중 하나가 일정 기간 이상사례 등 관찰이 필요한 경우 '장기추적조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조사 기간을 '5년 이내'부터 '30년 이내'까지로 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 중앙약심 위원은 "국내외 킴리아 대상 환자수가 치료적 확증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표준치료법이 없고, 임상연구를 목적으로 현재 연구 결과를 토대로 환자에게 보다 유의한 임상적 이익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치료법 외에 대조군에 다른 치료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장기추적조사 시행이 보다 적절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킴리아를 투여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15년간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는 장기추적조사에서 키메라 항원수용체(CAR)를 인코딩하는 외래도입유전자를 환자 본인의 T세포에 재프로그래밍한 경우라도 환자의 투여 T세포에 대한 면역반응과 세포동학적 정보를 추적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식약처는 중앙약심 자문 결과를 수렴해 지난 5일 킴리아를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 Cell Lymphoma, DLBCL) 및 소아 및 젊은 성인의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pediatric Acute Lymphoblastic Leukemia, pALL) 치료에 허가했다.

이와 동시에 '킴리아'를 첨단재생바이오법 제30조에 따른 '장기추적조사' 대상 의약품으로 지정, 이상사례 현황에 대해 투여일로부터 15년간 장기추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바티스는 '킴리아' 최초 판매한 날부터 1년마다 장기추적 조사한 내용과 결과 등을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한편, '킴리아'의 허가는 사전 정비된 '첨단재생바이오법'에 의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급여에 대한 논의는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노바티스에 따른 미국에서의 '킴리아' 치료 비용은 47만5,000달러로 알려졌는데, 한화로는 약 5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다. 문제는 '킴리아' 치료가 단 한번의 투여로 끝난다는 점이다.

현재의 위험분담제(RSA)를 활용한다고 해도 '킴리아'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혹은 해외 연구로 잘 알려진 심각한 CRS로 인한 사망 및 질병 진행이 발생할 경우 치료비를 어떻게 청구할 것이며, 고가의 치료제인 만큼 분할 납부가 가능해야 할텐데 납부기간 동안의 이자율 결정 등 지금까지 없던 '원샷원킬' 치료제를 급여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제약사가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노바티스는 킴리아 외에도 '원샷원킬' 치료제로 전세계 최고가 신약인 척수성근위축증(SMA)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역시 현재 식약처가 허가 심사 중에 있다.

또한 '졸겐스마'는 대체 품목인 바이오젠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센)'가 이미 급여권 안에 들어와 있는 상황으로, 노바티스는 올 한 해 동안 자사가 보유 중인 '원샷원킬' 치료제를 건강보험급여 테두리 안에 담기 위해 정부와 지난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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